“우리도 청풍관아에 장세를 바치고 북진에 들어왔소.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직접 알아보시오!”

강장근의 당당한 태도로 봐서는 이 사람이 김판규 대감의 서찰을 가지고 송만중과 함께 이현로를 찾아간 경강상인이 분명했다.

최풍원으로서도 강장근의 장사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최풍원이 난장을 틀기 위해 청풍관아에 바친 돈과 물산도 정당한 방법은 아니었다.

더구나 강장근의 뒷배에는 김판근 대감이 있었다. 그러니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외려 최풍원이 당할 판이었다.

김판근 대감이 마음만 먹는다면 시골의 조그만한 고을인 청풍관아쯤 뒤흔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강장근은 강압적으로 겁박을 줘 처리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보시오 강 선주, 장사가 이득만 남으면 될 일 아니요? 도가를 거쳐 물건을 팔든, 직접 판매를 하든 강 상에게 이문만 돌아가면 되잖겠소?”

최풍원이 한 발 물러서 강장근을 회유했다.

“그것은 그렇지 않소! 만약 물건이 딸려 값이 폭등하면 그땐 어찌하겠소? 그래도 최 행수네 여각에서는 이전 값으로 나한테 물건을 팔겠소?”

“그건 어떻게 약조를 하느냐에 달린 것 아니겠소?”

“아무리 약조를 했다하더라도 눈앞에서 값이 치솟고 있는데 이전 가격으로 줄 수 있겠소? 어떤 술수를 쓰더라도 그 약조를 깨고 오른 값을 받으려고 하는 게 장사꾼들 본성이오.”

강장근의 말을 들으며 최풍원은 뜨끔했다. 난장을 트며 값싸게 곡물을 사기 위해 장마당 곡물가를 조작해 유필주를 속였던 술수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혹시 강장근이 그 일을 알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금보다 중한 것이 신의 아니겠소?”

최풍원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쳇-, 신의?”

강장근이 콧방귀를 꿨다.

“지금 북진은 물산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가 있소. 아무리 물건이 달린다 해도 값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수요가 더 이상 창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최풍원은 한 달 여가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된 난장에서 웬만한 수요는 충족되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매기가 다시 일어나 성시가 되기는 희박함을 비췄다.

“아무래도 난 상관없소! 우리에게 곡물은 얼마든지 있소. 더구나 그 곡물은 거저 주운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아주 값싸게 얻은 것들이오. 우린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값을 내려 장에 내놓을 수 있소. 아무리 수요가 충족되었다 해도 그렇게 되면 싼 맛에라도 다시 사람들이 곡물을 사려고 장마당에 나오지 않겠소?”

강장근은 최풍원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싸게 매입을 했다하나 가격이 폭락하면 강 상도 손해가 막심할 게 아니겠소? 그러니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 난장에서 형성된 시세보다 더 높은 값을 쳐 매입을 해줄 테니 내게 모두 넘기시오. 그리고 덤으로 강 상이 원하는 특산물도 더 얹어주겠소!”

최풍원이 유필주와 했던 거래방법을 제시하며 선심 쓰듯 이야기했다.

“최 행수, 지금 난장에 물건 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을 당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기다리면 더 값이 떨어질 텐데도 지금보다 더 높은 값으로, 게다가 덤까지 얹어주겠다는 저의가 뭐요?”

“강 선주가 북진에 와 장사를 망쳤다고 다른 경상들에게 소문이 나면 그들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 아니오? 그러면 애써 닦아놓은 우리 북진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아니겠소?”

“최 행수! 날 핫바지로 아는 거요? 당신이 나를 찾아온 것은 북진여각에 뭔가 다급한 문제가 생겼음이지 설마 내 장사를 걱정해서이겠소? 난 평생 팔도를 떠돌며 장사로 살아온 사람이오. 같이 올라온 경상들도 다들 마찬가지요. 장사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꼼수도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소. 우리가 최 행수의 그런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겠소이까?”

“그래, 어쩌겠다는 거요?”

“우리는 급할 것이 없으니 계속해서 싼값으로 곡물을 장마당에 방출할 것이오!”

“그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게 뭐가 있겠소?” 

“우리 선단의 목적은 북진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 우리 마음대로 장마당을 운영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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