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확실하더냐?”

“몇놈을 잡아다가 어르고 달래서 알아낸 것이니 확실합니다!”

“그놈이 혼자서는 그 일을 하지 못할 테고, 그렇다면 미향이 말처럼 경상들과 암약을 맺고 계획적으로 난장을 흐리려는 속셈인가?”

그러나 송만중이가 단순히 북진난장을 방해하려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도 최풍원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현로의 말처럼 송만중이가 황강에 난장을 틀기 위해서라는 것도 공감을 할 수 없었다. 황강은 여러 가지로 난장을 틀만한 조건이 되지 못했다. 황강의 제일 큰 약점은 강나루나 뭍에도 난장을 틀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한양의 세도가 김판규 대감의 서찰까지 가지고 와 부사 이현로를 압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북진난장만 어지럽히려 한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난장을 트려면 고을 수령의 수결이 절대적이었다. 수령의 수결은 여각의 난장 개설과 주인권을 인정해줌으로써 장터에서 생겨나는 모든 일들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여각은 수령의 강력한 비호 아래 자신들의 이문을 최대로 남기기 위해 타지에서 온 상인들의 사사로운 상행위를 제재하고 통제했다. 이를 빌미로 관아는 여각으로부터 수입액의 일정액을 납부 받았다. 이렇게 받아들인 돈은 명목상으로는 지방관청이나 촌락의 경비로 쓰겠다는 것이었으나 수령이나 아전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황강이 청풍관아의 소관이기는 했지만 이미 북진에서 난장이 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척이나 다름없는 황강에 또 다른 난장을 허락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송만중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만중이 경강상인을 앞세워 이현로를 찾아간 연유를 최풍원은 알 수가 없었다. 경강상인들 또한 난장의 주인권을 가지고 있는 북진여각과 거래를 하는 것이 유리할 터에 북진여각 산하 작은 상권을 쥐고 있는 송만중과 손을 잡았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분명 송만중의 꿍꿍이는 다른 곳에 있음이 분명했지만 그것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행수 어른, 송만중이를 잡아들일까유?”

강수가 최풍원에게 말했다.

“그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도중객주에서두 탈퇴한 놈을 무슨 명분으로?”

그랬다. 북진여각에서도 송만중을 잡아들일 명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설령 도중객주라고 할지라도 해악을 끼친 증거가 불분명한데 무조건 잡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송만중은 이미 도중에서도 제명을 당했고 그에 대한 응징도 당한 후였다.

“화수야, 분명 송만중이 경강상인들과 무슨 뒷거래가 있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부터 나루를 드나드는 경상들과 경강선을 면밀하게 살펴 보거라.”

“알겠습니다, 대행수 어른!”

“강수는 아이들을 배로 늘려 장마당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수작이나 행패를 부리는 놈들이 있더라도 절대 막지 말고 그대로 두고 살펴보기만 하라고 단단히 이르거라!”

“알겠습니다, 대행수!”

불안하기는 했지만 송만중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좀 더 관망하며 지켜보는 방도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우선은 송만중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를 안심시키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만약 북진여각에서 신경을 곤두세워 반응을 보인다면 송만중이 경계를 하여 다른 편법을 쓸지도 모를 일이었다.

북진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나루터에도 매일같이 많은 선박들이 드나들며 물산들을 쏟아놓고 북진의 특산품들을 실어내 갔다. 마소를 끌고 육상을 다니는 보부상들도 싣고 온 곡물들을 소금과 건어물들로 바꿈이를 해서 내륙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장사를 했다. 북진여각 역시 경강상인들과 보부상들이 가지고 온 물산들을 수집하고 매매하느라 분주하게 돌아갔다. 북진여각에서는 유필주 선단이 풀고 간 곡물들을 장마당에 조금씩 풀며 수급 조절을 하고 있었다. 장사꾼들의 매점매석을 막고 곡물 가격을 안정시켜 굶고 있는 고을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한편 경강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특산물들을 모조리 매입하여 쌓아놓아 북진여각의 창고마다 그득하게 물산들이 쟁여져 있었다. 경강상인들이 특산물을 직접 매입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최풍원의 의도대로 값을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최풍원은 곡물을 싸게 장마당에 내어놓는 대신 부족액을 경상들에게 특산품을 비싸게 팔아버림으로써 벌충을 할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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