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긴 의자·나무울타리 등 휠체어 진입 방해
노선·버스기사 불친절도 불만…대책마련 절실

기둥과 후면 바람막이, 긴 의자와 나무울타리 등으로 막혀있어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버스정류장.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1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버스를 통해 지역을 이동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버스정류장 시설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어 버스 탑승조차 쉽지 않다. A씨는 “버스는 내렸는데 정류장 기둥 사이가 너무 좁고 무단횡단 막느라 설치한 울타리 때문에 휠체어가 지날 수 없어서 고생한다”고 말했다.

#2 교통사고로 지체장애가 있는 B씨는 의료원이나 복지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주로 버스를 이용하지만 정류장에 불법주정차 차량들과 각종 시설물에 시야가 막혀 버스 잡기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B씨는 “앉아서 생활하는 우리는 시야가 좁아 오는 버스를 확인하기 힘든데, 정류장에 불법주정차 해놓은 차량 때문에 버스를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의 이동편의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이 10여년이 지났지만 버스정류장 시설개선과 관리는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버스정류장 이동로 확보와 시야개선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장애인현황에 따르면 청주시 장애인 인구는 3만9천476명으로 나타나 청주시 전체인구의 약 4.6%에 달한다.

시는 2005년부터 장애인들과 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이에 비해 버스정류장의 시설개선은 요원하다는 교통약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C씨는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장애인들의 이동여건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류장 시설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주 고인쇄박물관 버스정류장은 시민편의를 위해 설치한 의자가 정류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류장 기둥 사이가 좁고 뒷면마저 통유리로 제작돼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정류장을 지나 인도에 근접한 곳에서 승하차 하는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미관을 위해 둘러놓은 울타리에 막혀 버스를 잡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예술의전당 정류장도 뒤편에 바람막이구조물과 기둥 밑 주춧돌 때문에 휠체어가 드나들기 힘들다.

또 두꺼비시장 정류장과 서원초 맞은편 사창사거리 정류장은 보도와 이어지는 턱이 높고 인도 경사면이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서있기조차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노선에 대한 불만도 표출된다.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의료원이나 신봉동 장애인복지관에는 배정된 버스가 없거나 적어 배차간격을 늘려 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의 불친절 또한 빠짐없이 제기된다.

중증장애인 D씨는 “친절하신 분들도 있지만 오르내릴 때 그저 손짓만 하며 카드먼저 찍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간혹 어떤 기사님들은 짜증을 내며 다음버스를 기다리라고 호통을 치시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이문호 원장은 “중증장애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저상버스 도입과 더불어 시와 유관기관이 조금 더 교통약자들을 배려해주길 바란다”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점차 늘어나는 고령인구 등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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