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1일 4대 사회보험료를 상습적으로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 1월10일 기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체납한 지 2년이 경과한 지역가입자와 사업장들이다. 건강보험은 1천만원, 국민연금은 5천만원, 고용·산재보험은 10억원 이상이 대상이다.

공개된 고액 체납자는 1만856명으로 지난해 8천845명보다 22.7% 증가했다. 보험별 체납자는 건강보험이 1만115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국민연금 721명, 고용·산재보험 20명이다.

이들이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는 총 3천686억원(건강보험 2천284억원, 국민연금 706억원, 고용·산재보험 696억원)으로 전년보다 49.2% 증가했다. 고용·산재보험료를 고액으로 체납한 법인사업장이 특히 증가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여파가 미친 듯하다. 가게살림이 쪼들려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지역가입자와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영세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보험료 체납액 징수를 허술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소득이 없어 불가피하게 체납하는 경우와 경제적인 여유가 되면서도 상습체납을 일삼는 악덕 체납자와는 철저히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습·고액 체납자 가운데는 사회적인 위치로 보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람이 많다. 서울의 한 상가 대표는 60개월간 건강보험료 2억9천66만원을, 경남의 한 사업장은 65개월간 건강보험료 6억694만원을 내지 않았다.

의사·변호사 등도 다수 포함됐다. 전주 덕진구의 한 병원 원장은 건강보험료를 21개월간 내지 않아 체납액이 2억6천991만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외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27개월간 국민연금 1억5천733억원을 체납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는 91개월간 건강보험료 1억1천383만원을 체납했다. 더욱이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아 수입을 올리면서 정작 본인은 건강보험료를 고액 체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4대 사회보험 고액·상습체납자 인적사항 공개제도는 체납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보험료 자진납부를 유도함으로써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의 시행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체납자들이 명단 공개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명단 공개가 체납액 징수에 얼마나 큰 효과를 거뒀는지 살펴보고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고액의 사회보험료를 악의적으로 내지 않는 체납자는 사회보험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존재다. 아울러 사회보험료의 공정한 납부를 담보하지 못하면 성실한 납부자들의 박탈감만 커진다. 상습·고액 체납자들의 재산 은닉행위는 갈수록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강도 높은 징수활동과 함께 악덕 체납자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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