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독도 구급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에 대한 소방청장 합동 영결식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오전 대구 계명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통령이 순직 소방관 영결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섯 명의 사고는 그만큼 국민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고인들의 이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들의 생전 발걸음을 기억했다. 한 유족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자, 문 대통령도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아이가 있는 유족을 향해서도 허리를 숙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일어나지 말아야할 사고 앞에 모두가 숙연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시절 ‘온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취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없어 한 공약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안전사고가 빈번한 나라라는 점을 인지한 공약이기도 하다.

비단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정부에서나 최우선이어야 한다. 독도 헬기사고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매일 일어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설현장에서의 추락사고, 공장에서의 근로자 안전사고 등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근로 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과 그로 인한 관리감독소홀, 사고 후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이 반복되는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 후 책임자 처벌 법안이 너무 취약하다.

그나마 국민 안전을 최전방에서 챙기는 소방 안전과 소방관들의 복지는 국가직 전환 등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장비 노후화로 인한 사고가 재발하고 있는 것은 정부차원의 추가 대책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10일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김씨 사망사고를 수사한 태안경찰서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 냈으나 김병숙 사장을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1년이 지난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추모위원회는 ‘일하다 죽지 않게! 다치지 않게!’를 외치며 회사 앞에서 항의했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한국서부발전(원청) 김병숙· 한국발전기술(하청) 백남호 사장 처벌,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재개정, 김용균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 및 발전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등이다.

이들의 주장만 보아도 왜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한지 알 수 있다. 산업안전법이 취약하고 책임자 처벌이 미미해 반복된 사고에도 누구하나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 매일 ‘김용균’이 있었고, 내일도 ‘김용균’이 있을 것이지만 노동자의 안전사고에 무감각하다는 점도 병폐다. 201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하루 평균 2.47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아까운 목숨을 더 이상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책임자처벌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독도 헬기사고나 고 김용균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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