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만 여기에 앉으세요.”

미향이가 이현로에게 속삭였다. 미향이 입김이 이현로의 귓불을 간질렀다. 그렇잖아도 두 사람이 서로 몸을 밀착한 체 깜깜한 굴 속으로 들어오느라 몸이 달아오른 판에 미향이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듣자 이현로는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영감, 안아주셔요!”

미향이가 교태를 부리며 아양을 떨었다.

동굴 안에는 적막과 그리고 그 속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 누구의 눈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에게만 충실하면 될 뿐이었다. 부사의 격식과 체면은 어둠 속에 묻혀버리고 동굴 안에는 오로지 본능만 숨 쉬는 남녀만 있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동굴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며 동굴 안을 가득하게 채워나갔다. 격정에 겨운 두 남녀의 소리가 동굴 구석구석에 부딪치며 묘한 소리로 변주되며 울렸다. 동굴은 살아있는 듯 꿈틀대며 소리를 만들어냈다. 어둠을 뚫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교성이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두 사람을 더욱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영감, 모든 것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미향이가 이현로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이대로 천년이고 만년이고 있고 싶구나!”

이현로가 미향이의 잘록한 허리를 끊어져라 안았다. 이현로의 품에 감겨들며 미향이가 교성을 쏟아냈다. 동굴 안에서의 행위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방에서 서기 같은 기운이 느껴지며 두려움이 일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더욱 매달렸다. 그러면서도 컴컴한 원시의 어둠은 두 사람을 감싸주는 듯 오히려 안온함을 더해 주었다. 체면과 격식으로 온전하게 자신을 벗어버리지 못했던 이현로에게 있어 동굴 안에서의 경험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런 파격이 이제껏 누르고 있던 이현로의 본능을 깨웠다. 이현로가 성급한 몸짓으로 미향이를 거칠게 다뤘다. 미향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이현로의 거친 몸짓을 멈추지 않았다. 미향이도 참으로 오랜만에 거친 느낌을 즐기며 이현로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이현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잠재우듯 깜깜한 동굴이 두 사람에게 혈기왕성했던 처녀총각 시절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간간이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실낱처럼 어둠을 뚫고 동굴 안으로 들려왔다.

“너 같은 아이가 어찌 이런 산간벽지에 있었단 말이냐?”

격렬했던 순간이 지나고 한 순배 숨을 고르고 난 이현로가 매끈한 미향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현로는 아직도 미향이의 향기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 호피 참으로 부드럽사옵니다, 영감?”

미향이가 대답 대신 자신의 등 밑에 깔려있는 호랑이 가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 열흘 전 쯤 송만중이란 자가 함경도에서 구한 호피라며 가지고 왔더구나.”

“송만중이라고요!”

“왜 그리 놀라느냐?”

“그자가 어째 왔답디까?”

“황강에 난장을 틀까 하는 데 그것을 도와달라고 하더구나.”

“그래 영감께서는 어찌 하셨는지요?”

“지금 북진에서 난장을 열고 있는데 같은 관내에서 무슨 난장을 또 트느냐며 일단 거절을 했다. 네가 잘 아는 자더냐?”

“아니옵니다! 그저 일면식이 있기는 한데, 소문이 좋지 않은 자이니 영감께서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어떤 자이냐?”

“전형적인 장사꾼이옵니다. 돈이 된다면 애비 신주까지도 내다 팔 위인입니다.”

“그렇더냐?”

“아마 산다는 사람만 있으면 마누라 고쟁이도 벗길 파렴치한 자이옵니다. 청풍 인근에서 그와 거래를 해서 득본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옵니다.”

“그래, 흐음-.”

이현로가 무거운 소리를 냈다.

“그 자가 영감에게 호피를 바쳤을 때는 황강 난장이 목적이 아닐 것이옵니다.”

미향이가 이현로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럼, 그 자가 진정 내게 원하는 것이 뭐란 말이더냐?”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영감이 걱정되어 올리는 말씀이니 그런 자를 가까이 하지 마소서. 영감께 득 될 일이 없사옵니다!”

미향이가 이현로의 손길을 뿌리치며 일어나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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