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 230년 무렵, 제갈량(諸葛亮)은 삼국시대 촉(蜀)의 재상이자 군사 전략가이다. 자는 공명이다. 유비를 도와 적벽싸움에서 조조를 대파하고 형주와 익주를 점령하여 촉의 기반을 확장하였다. 이후 유비의 출세에 큰 공을 세웠다.

유비는 죽기 전에 제갈량에게 자신의 아들 유선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유선이 무능하면 그를 몰아내고 대신 황제에 올라도 좋다고 유언하였다. 하지만 제갈량은 끝까지 유선을 도왔고 지극히 섬겼다. 이때 제갈량은 북벌정책을 추진하여 3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 병사를 늘리고 말을 훈련시키고 식량을 비축하였다.

그 무렵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 또한 국력이 더욱 강성해졌다. 그런 가운데 위나라 군대가 촉을 공격해왔다. 이때 제갈량이 1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출사표를 올려 출전하였다. 오장원에서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 군대와 대치하게 되었다. 이때 제갈량은 민첩하고 발 빠른 군대 통솔로 사마의를 바짝 긴장시켰다. 그리고 위수 북쪽의 요충지인 북원을 차지하기 위하여 장군 위연을 출병시켰다. 하지만 사마의가 이를 알아채고 위연을 물리쳤다.

그러자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이 대치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 제갈량은 정면 승부로 나섰다. 하지만 사마의가 일절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철저한 수비로 일관하게 되었다. 이는 제갈량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나라의 군대는 장기전으로 치달았다.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먼저 지친 것은 제갈량이 이끄는 촉의 군대였다.

그러자 제갈량이 다급하여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였다. 사마의를 꾀여내는 것이었다. 선봉부대를 내세워 사마의의 군대를 계곡으로 유인하게 되었다. 그 계곡에는 사전에 엄청난 양의 화공을 설치해 놓아 사마의의 군대가 들어서는 순간 폭발시킬 계획이었다. 사마의는 그런 함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군대를 이끌고 제갈량의 선봉부대를 몰아세우며 추격에 나섰다. 그러다가 드디어 계곡에 접어들었다. 사마의가 나타나자 제갈량이 전 군에 명을 내려 사마의의 군대를 포위하였다.

순간 사마의는 자신이 제갈량의 꼬임에 빠졌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함정에 빠진 후라 사마의는 자신의 운명이 이곳에서 끝났다고 여겼다. 드디어 제갈량이 화공을 터뜨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하늘이 검게 변하여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서둘러 화공을 터뜨렸으나 포탄은 터지지 않았고 설치한 화공 또한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사마의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계곡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제갈량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길게 탄식하였다.

“아, 일은 사람이 꾸밀 수 있으나 일의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있구나!”

결국 제갈량은 다시 사마의와 대치하게 되었으나 끝내 이기지 못하고 병사하고 말았다. 이는 ‘삼국지’에 있는 고사이다.

성사재천(成事在天)이란 일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승패는 하늘에 달렸다는 뜻이다. 옳은 일이라고 해서 다 이루어지고 나쁜 일이라고 해서 다 망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단지 자신의 신념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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