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런데도 오구는 강을 건너 북진으로 오려는 사람들에게 선가를 요구하거나 일부러 늑장을 부렸다. 특히 강 하류에 있는 솔무정?광아동·참나무골 사람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북진난장에 경강선이 들어와 닻을 내렸다는 전갈을 듣고 몰려든 장꾼들이 읍리나루터에서 배를 타려고 하면 오구는 일부러 일손을 늦췄다. 그러다 해가 넘어가면 마음이 급해진 사람들에게 낮 배의 몇 배나 되는 선가를 요구했다. 이러자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먼 길을 돌아가거나 강변에서 밤새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구의 횡포로 강을 건너지 못해 부아가 치민 장꾼들이 북진난장을 포기하고 다른 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행수님, 나루터에도 뭔가 이상합니다.”

“나루터에는 또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담꾼들끼리 서로 짬짜미를 해서 선주들이 짐을 부리는 데 여간 고충이 따르는 게 아니랍니다.”

“담꾼들이 짬짜미를 해?”

“얼마 전 한 무리의 담꾼들이 몰려와 나루터 동학이네 빈집을 통째 얻어 함께 끓여먹으며 합숙을 하는데 이들이 다른 담꾼들 짐 부리는 것까지 간섭한다고 합니다. 며칠 전, 춘배도 된통 당했는가 봅니다.”

“아니, 그 기름챙이 같이 약아빠진 놈이?”

“춘배놈이 그동안 담꾼들을 야지잖게 부리기는 했지만 워낙 꾀가 조조 같은 놈이라 요리조리 기름쟁이처럼 담꾼들을 주무르며 부려왔는 데 며칠 전 아주 박살이 났답니다.”

“어떻게?”

“며칠 전, 한양에서 물산을 잔뜩 싣고 나루에 닻을 내린 춘배가 여느 때처럼 담꾼들을 제 맘대로 떡 주무르듯 하며 짐을 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합숙을 하는 담꾼들이 나타나 하역을 하던 다른 담꾼들을 막으며 일을 못하게 방해를 했답니다. 그러자 춘배가 거들먹거리며 나와 엄포를 놓고 이들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외려 이들은 춘배에게 이 배엔 짐이 많으니 짐을 몽땅 내리려면 품값을 더 내라 하더랍니다. 그래서 춘배가 일할 놈은 많으니 싫으면 그만 두라고 했더니 일하던 다른 담꾼들까지 일을 못하게 훼방을 놓더랍니다. 워낙에 이놈들 서슬이 퍼래서 일하려는 다른 담꾼들조차 모두 손을 놓고 있었는 데 그중 한 담꾼이 자기는 당장 일을 못하면 식구들이 굶는다며 짐을 계속해서 내리자 한꺼번에 무더기로 달려들어 그 담꾼을 묵사발로 만들었답니다.”

“한두 놈들 일하다 싸움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렇게 떼로 몰려다니며 일을 방해하는 건 처음이잖은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춘배는 왜 박살이 났다고 하던가?”

“이제껏 나루터 담꾼을 갈보 밑구멍 주무르듯 하던 춘배가 그걸 그냥 넘겼겠습니까? 당연지사 호령을 했겠지요. 그러자 불문곡직하고 개떼처럼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더랍니다. 일은 놓쳤어도 묵사발이 된 춘배를 보고 모든 담꾼들이 고소해 했다는구먼요. 그러자 그놈들 중 우두머리인 듯한 놈이 앞에 나와 춘배를 개차반으로 만든 연유를 말하기를 ‘선주놈들 앞잡이를 하는 종놈 주제에 우리를 너무 혹사시켰기 때문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다른 담꾼들에게도 엄포를 놓았다고 합니다.”

“뭐라고 했다던가?”

“앞으로 나루터에서 물건을 부리며 힘자랑을 하는 놈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하더랍니다.”

“힘자랑?”

“혼자서 여러 개의 짐을 한꺼번에 메고 나르지도 말고 밤중까지 일하지도 말고 남들과 맞춰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만약 어기는 놈이 있으면 혼구멍을 내겠다고 을러댔답니다.”

“참으로 괴이한 놈들일세.”

말로는 괴이하다고 했지만 최풍원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래에 생겨난 여러 사건들이 우연히 일어났다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너무나 많았다. 근래 북진난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미루어봤을 때 이 정도로 일을 꾸몄다면 누군가가 분명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최풍원은 그 누군가가 혹시 송만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풍원은 급하게 청풍 읍성에 있는 미향이를 불렀다.

“미향아, 네가 청풍부사를 만나 그 속내를 캐어 보거라!”

“서방님, 심려 놓으시어요. 만약 무슨 꿍꿍이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낼 테니까요!”

미향이는 자신있게 대답을 했지만 최풍원은 자꾸만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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