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예산 전액 삭감 가닥…道, 계획 차질 우려
농민수당 조례 제정 주민발의 서명부 제출도 영향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충북도가 내년부터 농업소득이 영세한 농가에 차액을 지원해주는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도의회가 선택적 지원에 따른 농민 간 갈등, 농가별 소득산정 부정확 등을 이유로 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농민단체가 농민수당 도입을 요구하며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부를 도에 제출한 것도 영향을 줬다.

4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이날 내년도 충북도 농정국 예산안을 심사한 산업경제위원회는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보장제 도입과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문희(청주3) 의원은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할 공익형 직불제와 농민수당은 같은 개념”이라며 “농민수당 조례를 만들어 직불제와 연계한 매칭 사업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상황서)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를 심의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농정국은 조례가 하루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보장제는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상정(음성1) 의원도 철회 요구에 동의했다. 이 의원은 “농가소득 보장제를 시행하려면 개별 농가에 대한 소득을 파악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며 “도가 통계청과 농촌진흥청 자료를 토대로 농가 소득을 산출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놓고 농가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확한 농가 소득 산출 기준을 마련해 놓지 않고 보장제를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농촌 현장에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가 지난달 발표한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는 농업경영체로 등록해 실제 영농에 종사하고, 0.5㏊ 미만 농가 중 농업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인 영세한 농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농가당 1년에 최저 5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한다. 일부 지자체가 전체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농민수당’과는 다른 개념이다.

임영은(진천1) 의원도 농가소득 보장제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임 의원은 “보장제나 농민수당 등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정부 정책화해서 국비로 추진하면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농민이 지속해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데 지자체가 할 수 없으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건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식(청주7) 의원은 농민과 도, 도의회가 참여해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 농민수당 등 농업 분야를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보편적인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는 선택적 지급으로 농민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도는 향후 보장제가 농민수당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장기적인 계획이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 후퇴가 아니라 원점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의견을 듣고 새로운 대안은 찾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경위 소속 의원들의 이 같은 견해는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도가 내년도 충북도 본예산에 반영한 사업비 10억4천700만원은 전액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를 추진한다는 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각 분야 전문가와 농업인, 소상공인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도출된 합리적인 방안을 토대로 수정 보완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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