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올해도 직업계인 특성화고등학교의 신입생 미달 사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문계 선호에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지만 정부의 고졸 취업 확대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4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22개 특성화고의 2020학년도 일반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2천246명 모집에 1천996명이 지원해 250명이 미달했다. 7개 학교에서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현도정보고는 154명 모집에 22.7%인 35명이, 제천디지털전자고는 101명 모집에 33.7%인 34명만이 지원했다. 영동산업과학고는 22명 모집에 딱 1명이 지원해 추가모집에 나서기가 민망할 정도다. 미달을 면한 학교들도 정원을 겨우 채운 곳이 수두룩해 인기가 시들해진 직업계 고교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성화고의 위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 농촌지역 특성화고는 폐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특성화(옛 공업·상업)고도 한때 취업률이 100%에 육박하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가면 졸업과 동시에 곧바로 정식 취업으로 이어져 반듯한 사회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뚜렷한 목표만 가지고 공부하면 대졸자 부럽지 않게 시간·경제적으로 앞선 인생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불황이 길어지자 기업들이 취업연계형 현장실습을 줄이고 있고, 학생들도 노동착취가 일상인 열악한 근무환경에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급여나 사회적인 대우에서도 학벌로 차별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충북지역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해마다 줄어 올해 2월 졸업생은 57.7%에 그쳤다. 2015년 취업률인 79.8%와 비교하면 5년 사이 22.1%나 급감했다. 그나마 이는 졸업자 중 대학 진학자와 입대자를 제외한 수에 취업자를 비교한 수치다. 전체 졸업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취업률은 더 곤두박질쳐 30%에 턱걸이한다. 전국 직업계고 취업률 역시 2017년 53.6%, 2018년 44.6%, 2019년 34.8%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성화고 운영 취지는 소질과 적성에 맞춘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기초교육 등을 통해 학벌보다 능력 위주의 사회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에 취업이 되고,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특성화고는 살아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성화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직업교육의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과 특성화고를 다각적으로 연결시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는 선도기업의 수를 늘리는 정책이 시급하다. 고졸생 취업 확대가 특성화고의 성패를 좌우한다. 더욱 강력한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일자리 방안이 강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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