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무와 책임을 일찌감치 포기한 듯하다. 미국에 건너가서는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하더니, 자신들이 반대하는 유치원3법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마무리돼야할 각종 민생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를 마비시켜 놓았다.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국가와 국민도 한순간에 저버리는 한국당의 태도에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끝낸다면 국회무용지물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이라도 단결해 국민이 고대하는 각종 민생법안과 검찰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들을 통과 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민생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앞으로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 민생 법안 순서로 상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한 뒤 이후 선거제 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비롯한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등 민생 법안에 앞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총선이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고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못한 만큼 한시라도 빨리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
검찰개혁 법안 중 공수처 설치법안은 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에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의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반영한 합의안이 거의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들을 상정할 본회의 날짜는 정기국회 회기 종료 전날인 9일이 유력하다. ‘4+1’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상 기간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최소화 방안을 고려한 날짜다.
한국당이 포함된 본회의가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타협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타협하느라 시간을 소모하거나 자칫 무산시키지 말고 ‘4+1’ 만으로 패스트트랙과 민생법안들이 처리 되도록 강력하게 밀어 부쳐야 한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이래 오롯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있는 한국당에 타협의 여지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나머지 야당의 공조가 관건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저녁까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철회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이날 중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민생을 볼모로 한 필리버스터가 철회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당이 정치정상화를 끝내 거부하면 민주당은 민생·개혁입법 실현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행동에 나서주기 바란다. 유야무야(有耶無耶) 해를 넘긴다면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