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대방 강수가 포악질을 하고 있는 무뢰배들을 보며 말했다.
“…….”
무뢰배는 힐끔 강수를 쳐다보더니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계속해서 행상을 윽박질렀다.
“누구 허락을 받고 난전을 펼치는 거여. 당장 치워!”
목화실타래·비단실타래·허리끈·나무숟가락·나무빗·담배쌈지·밀짚모자·짚신 등을 펼쳐놓은 잡화상 옆 귀퉁이에 자리잡은 초로의 사내는 거적 위 보자기에 삼베 세 필을 놓고 오가는 장꾼들을 쳐다보며 사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오늘이 처음이니 한 번만 좀 봐주시오?”
삼베를 팔던 초로의 사내가 사정을 했다.
“안 돼! 당장 걷어!”
무뢰배들이 눈깔을 부라리며 위협했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위중해서 돌아가시기 전 약이라도 한 첩 잡숫게 하고 보내드리면 맘이라도 편할 것 같아 삼베 세 필을 가지고 왔을 뿐이오. 제발!”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초로의 사내는 금세라도 떨어질듯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소연을 했다.
“그건 당신 사정이고, 장사를 하려면 세를 내!”
무뢰배가 발길로 사내의 베 필을 발길질로 툭툭 차며 말했다.
“이까짓 베 팔아 얼매나 된다고 세를 낸단 말이우?”
“장세도 없이 장에 나왔단 말여? 이거 완전 배 째라네. 얘들아!”
“옛! 형님, 어쩔까요?”
무뢰배가 주변에서 건들거리고 있던 일당들을 불러 모았다. 녀석들이 몰려들어 초로의 사내를 에워쌌다. 사내가 잔뜩 주눅이 든 채 벌벌 떨었다.
“그럼 팔리면 드릴테니 제발…….”
“장세는 선불이여!”
“당장 돈도 없는 데 그럼 어떻게?”
“베 세 필 중 한 필은 장세로 바쳐!”
“예에? 한 필이나?”
초로의 사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삼베 한 필을 짜느라 몇 날씩 밤잠을 설친 마누라와 어린 딸년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더구나 온 식구가 하루에 한 끼를 멀건 죽으로 때우면서까지 팔지 않고 아껴두었던 피 같은 삼베였다. 그런 삼베를 장마당에 들고 나온 것은 이것이라도 팔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께 약이라도 한 첩 달여 드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장세가 아무리 비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 둬!”
그때 강수가 무뢰배들 앞으로 나서며 말렸다.
“뭐여!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냐?”
초로의 사내를 윽박지르던 그 녀석이었다.
“네놈이 누군지 내 알 바 아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네놈들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거다!”
“나는 청풍관아 관사노로 있는 부출이다!”
관사노라면 관아에서 말단으로 잡역을 하는 노비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하지만 아무리 말단이라고 해도 관의 물을 먹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도 일반 백성들에게 떠는 유세는 대단했다.
“부출이고 불출이고 간에 관노면 관에서 일이나 하지 북진까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냐?”
“참으로 뭘 모르는 녀석이구먼”
부출이가 강수를 노려보았다. 부출이가 발을 높이 들어 강수의 가슴팍을 향해 내질렀다. 강수가 부출이의 발길질을 피하며 동시에 오른손으로 발목을 잡아 치켜들며 왼손아귀로 부출이의 목울대를 질렀다. 부출이가 숨이 막히는지 ‘컥’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네놈이 감히 관아 명을 받고 나온 관원을 쳤겠다!”
부출이가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며 엄포를 놓았다.
“이놈아, 네놈이 관원이면 난 정승판서다!”
강수의 놀리는 소리에 부출이가 핏대를 올리며 다시 달려들었다. 강수가 다리를 굼실굼실하며 몸을 능청능청 움직였다. 그러더니 달려드는 부출이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강수가 부출이의 가슴팍으로 파고들며 무릎을 접어 명치를 쳐올렸다. 부출이의 허리가 새우처럼 꼬부라지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부출이는 강수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부출이는 비칠거리며 다시 일어나 강수를 향해 성난 산돼지처럼 돌진했다. 강수가 달려드는 부출이의 힘을 이용해 정강이를 붙잡으며 어깨 너머로 날려버렸다. 부출이는 더 이상 일어서지를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