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양상군자(梁上君子), 작은 도둑과 큰 도둑
[김치영의 고전 산책]양상군자(梁上君子), 작은 도둑과 큰 도둑
  • 충청매일
  • 승인 2019.12.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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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 10년 후한(後漢) 무렵, 진식은 하남성 태구현을 다스리는 낮은 벼슬아치였다. 그 해에 심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먹고 살 일이 암담했다. 이에 진식이 관청의 구제 양식을 모두 풀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흉년을 이기기에는 태부족이었다. 진식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사방팔방으로 양식을 구하다가 그날 늦게 귀가하였다.

그런데 집에 들어온 진식은 직감으로 대들보 위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을 알아챘다. 도둑이 분명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 없어 모르는 척 하며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크게 소리 내어 읽었다.

“나라가 바르고 법이 잘 지켜지는 때에 가난하고 천하게 사는 것은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때 귀한 것을 소유하고 부유하게 사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어 진식은 자식들을 불렀다. 그리고 오늘 공부한 것에 대해 물었다.

“너희들 생각에 사람의 천성은 본래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

먼저 큰아들이 대답했다.

“사람은 본래 누구나 선하게 태어납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악하면 악인이 되고 마는 것이니 살면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어 둘째아들이 대답했다.

“사람의 천성은 본래 악한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사람은 누구나 선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진식이 말했다.

“둘 다 옳은 말이다. 선하고 악한 것은 천성도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란 세상에 없다.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기 대들보 위에 숨은 군자도 마찬가지니라.”

그러자 대들보에서 낯선 사내가 뛰어내려와 진식에게 엎드려 죄를 빌었다.

“소인이 도둑질할 생각으로 이집에 들어왔으나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잘못한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이에 진식이 말했다.

“자네는 분명 천성이 선한 사람일세. 내 양식을 내어줄 터이니 가져가 유용하게 쓰게. 그리고 이후에는 노력하며 살기 바라네. 분명 먹고 살 일이 해결될 걸세.”

하고는 양식 한 말을 내주었다. 도둑은 크게 절하고 물러갔다. 이 소문이 퍼지자 고을에서 다시는 도둑을 볼 수 없었다. 이는 ‘후한서(後漢書)’에 있는 고사이다.

양상군자(梁上君子)란 대들보 위에 숨은 도둑을 말한다. 군자라고 칭한 것은 천성이 선하여 잘못을 지적하면 알아듣는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작은 도둑은 무자비하게 법대로 처리하면서 큰 도둑은 왜 선처가 필요한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랫사람에게 관대하고 윗사람에게 엄한 것이 법이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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