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이 만석이를 처음 만난 것은 장석이와 북진에 처음 임방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장사를 할 무렵이었다. 그 즈음 보부상들 사이에서 최풍원은 고집불통에 외통수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지금은 물산들을 매입하는 통로가 다양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충주 윤왕구 객주로부터 소금과 건어물, 잡화들을 받아와 행상들과 바꿈이 장사를 할 때였다. 최풍원은 임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곡물 섬을 일일이 멍석에 쏟아가며 확인을 했다. 혹시 곡물 섬에 다른 것을 섞어 창고에 입고시키거나 겉에만 좋은 품질을 넣고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는 쭉정이 같은 곡물이 들어있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최풍원으로서는 좋은 물건을 받기 위함이었지만 보부상들로서는 매번 까다롭게 구는 최풍원의 행위가 거슬렸다. 쏟아놓은 곡물을 다시 섬에 넣어 묶는 것도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번은 참다못한 만석이가 최풍원에게 대들었다.

“그깟 곡물 거기서 거기지. 그렇게 성가시게 한다고 올 손님이 안 오고, 안 올 손님이 오겠는가?”

“장사를 어찌 그리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찌 하는가?”

“남한테 넘기는 물건이라고 그렇게 얼렁뚱땅하면 맨날 뜨내기장사 밖에 더 하겠는가. 장꾼들은 바보 멍충인가. 그들도 다 눈이 있지 않겠는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는가. 속은 장꾼이 또 자네에게 물건을 사려 하겠는가?”

“안 사면 그만이고, 다른 사람한테 팔면 되지 뭔 걱정인가?”

“그러니 백날 장사해도 뜨내기 떠돌이 장사꾼 밖에 못 되는 걸세!”

“장사 팔자가 뜨내기 떠돌이지 별 수 있는가?”

“좋은 물건을 팔아 단골을 만들어보게. 물건을 팔러 산지사방을 돌아치지 않아도 정해진 곳만 가면 편하고 얼마나 좋겠는가. 자네가 우리 임방으로 좋은 물건을 가져오면 나도 좋은 물건을 구해 자네에게 대줄테니 그렇게 한 번 해보세나.”

그 일이 있은  이후 두 사람은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최풍원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던 다른 행상들도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먼저 곡물 섬을 봐달라며 들이밀었다. 최풍원의 까다로움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이득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최풍원이 철저하게 곡물 섬을 검사해서 상질의 물산만 가져가자 윤 객주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쳐주었고 그 이득은 고스란히 행상들에게 되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행상들도 좋은 물건을 지고 다니며 팔다보니 사람들도 기다리다 팔아주니 일거양득이었다.

“만석이! 저 놈들은 뭔가?”

그때 장마당 한편에 차려진 난전에서 행패를 부리는 한 무리의 무뢰배들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최풍원이 물었다.

“저 놈들 전부터 심심찮게 보이던데, 행상들이나 난전 상인들을 붙들고 찍자를 부립디다. 난 여각 사람들인가 했구먼.”

만석이가 말했다.

“강수야, 가서 어떤 놈들인가 살피보고 오너라.”

봉화수가 옆에 있던 동몽회 대방 강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떤 장이고 장이 서면 똥에 똥파리 꾀듯 몰려드는 것들이 무뢰배들이었다. 북진나루에도 난장이 틀어지자 각지의 무뢰배들과 왈패가 몰려들었다. 그들은 장에 나온 장꾼들에게 들러붙어 괜한 트집을 잡거나 시비를 걸어 물건을 빼앗고 돈을 갈취했다. 어떤 행상들은 그들의 횡포가 두려워 북진난장을 떠나거나 아예 이곳으로의 발길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던 터였다. 북진여각으로서도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난장에도 큰 피해가 되었다. 북진여각의 동몽회에서는 이들로부터 장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시로 회원들을 풀어 장터 안팎으로 순라를 돌렸다. 하지만 이들이 워낙에 은밀하고 순식간에 일을 벌이고 자취를 감쳐 동몽회원들로서도 어쩌지를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무뢰배들이 시장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낮에 거침없이 장꾼들을 대상으로 갈취를 하고 있었다. 외지에서 온 뜨내기 무뢰배들이라면 모를까 인근에서 한다하는 무뢰배들이 북진여각의 상권 내에서 더구나 북진 일대의 장마당은 동몽회에서 관리하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대행수 어른! 처음 보는 놈들인데 한두 놈이 아닙니다. 어떻게 할까요?”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난전에서 돌아온 강수가 최풍원의 의향을 물었다.

“강수야, 장터에 해가 되지 않게 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조용하게 해결하거라!”

최풍원이 봉화수를 대동하고 여각으로 올라가며 강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았습니다. 대행수 어른!”

최풍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강수가 동몽회원들을 데리고 난전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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