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소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이름부터가 솔밭공원이다. 솔밭공원 안쪽에 노란 등대처럼 보이는 건물이 솔밭 책방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유로이 공원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올해 처음 두 명의 숲 해설가가 솔밭공원에 배치되면서 사무실을 겸하게 됐다. 솔직한 첫 심정은 ‘대략 난감’이었다. 무심히 봤을 땐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보였던 솔밭 책방이 뭔가를 하려고 자세히 보니 좁고, 구불구불 계단도 위험하고, 많은 창문은 쓸 데 없이 춥기만 할 것 같았다. 거기에 산책하는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있었다. “혼자 있지 마세요. 꼭 둘이 같이 있어요.”

어색한 두 사람이 서로 고민하며 책상들을 배치하고 나름대로 아늑한 실내 공간으로 만들고자 생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솔밭에 사는 새들의 사진도 붙여놓으니 제법 그럴듯했다. 썰렁한 바깥 공간 꾸미기에도 나섰다. 봄꽃 화분도 갖다 놓고, 봉선화와 풍선덩굴 등 다양한 씨앗도 심었다. 씨앗은 더디게 싹을 냈지만 사람의 온기는 빠르게 퍼졌다. “꽃이 참 예쁘네요.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이렇게 집과 가까운 곳에 좋은 곳이 있었는데 몰랐네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와야겠어요.”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에 흐뭇했다.

솔밭공원은 편안한 쉼터이기도 하지만 숲 해설가인 우리 둘에겐 제일 소중한 보물창고가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물을 발견하며 까르륵 소녀처럼 웃었다.

처음에 여기저기를 보아도 소나무뿐이라 수업을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봄에는 봄까치꽃이 만발해 봄을 알려주니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꽃반지도 만들었다. 꽃이 져서 뭐하나 싶을 즈음엔 연못에 수련과 어리연이 활짝 피었다. 연꽃이 질 무렵엔 아기 부들이 피어났다. 가을이 되자 여기저기서 부지런한 청설모가 출연하고, 도토리에 밤에 멋지게 물든 나뭇잎들까지! 솔밭공원은 때에 맞게 보물창고를 열어줬다.

우린 그저 신나게 발견하고 놀기만 하면 됐다. 맑은 날에 미리 쟁여놓은 솔방울 등의 열매는 궂은 날에 훌륭한 실내 놀잇감과 만들기 재료가 됐다. 이렇듯 솔밭공원은 멀리서 보면 소나무밖에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다양한 생태가 보인다. 아낌없이 주는 그 선물들을 소풍 때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잘 찾아보길 바란다. 2020년에는 더 많은 공원이 조성되고 공원마다 숲 해설가가 배치된다는 즐거운 소식이 들려온다. 가까운 공원을 자주 찾음으로 나만의 보물섬을 하나씩 만들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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