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실 땐 남인데 무엇이 안타까워 기다려지나”

어느 노래가사 일부다. 단골손님의 사전적 의미는 늘 정하여놓고 단골로 거래하는 사람을 말한다.

단골이란 말은 상호간 가깝고 친목과 부드러움을 내포하는 감미로운 표현이다. 사람은 누구나 객의 입장에서 단골이 되기도 하고 주인으로서 나름대로의 단골을 갖고 있다.

직장 재직 시 기억에 남은 단골손님은 보은 있을 때 선친과 동갑이셨던 당시 90대 되신 할아버지 한분이 생각난다. 이분은 우체국에 용무가 있으면 필자부임 후 얼마부터  꼭 3층에 있는 국장실로 오시어 볼 일을 봤다.

한번은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긴장이 고조될시 걱정을 하시어 괜찮다고 하여도 전쟁이 나면 현금이 필요하다며 많은 액수의 현찰을 막무가내로 요구해서 인출해 준 사례가 있다.

그 후 자칫 집에 보관하다 잘못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다시 입금하라고 연락하여 안전하게 해드린 일화도 있다.

수시로 자주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가깝게 지냈는데 어느 날  몇 자 암시를 주며 ‘후세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글’을 지어 달라고 해서 심사숙고하여 글을 써드렸다.

그러더니 몇 달 후 ‘보은에서 40여년간 병원을 운영했는데 보은군민들에게 그동안 고맙다는 감사의 글’을 만들어 달라 해서 해드렸다.

그러면서 이글을 자손들에게 이야기해 이 다음 당신이 운명하면 영정사진 옆에 게시해 놓는다고 하여 우습기도 했지만 깊은 뜻을 헤아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진천에 근무 시 어느 날 이분이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진천까지 오셨다.

반가움에 차를 대접해 드리며 그냥 오셨나 했더니 이번엔 당신 고향이 전남 해남인데 어릴 때 서울로 이사해 가물가물 하지만 그곳엔 소나무와 까마귀 떼 그리고 조그만 냇가가 있었다며 이런 내용을 담아 시를 지어달라고 하여 억지로 글을 만들어 드렸던 단골손님을 잊을 수 없다.

반대로 필자가 손님이 된 단골집은 많다.

평소 모든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바꾸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무작정 단골이 되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발소와 식당이다.

이발소는 한번 정하면 타 지역으로 멀리 이사를 가거나 주인이 문을 닫기 전에는 바꾸지 않는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 손님이 와 그럴싸한 식당을 찾으려면 애를 먹고 아내한데  타박도 자주 듣는다.

직장 은퇴 후 근래에는 동네 광장주변 막걸리 집을 자주 이용하는데 이곳에서는 한마디로 단골 대접을 받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안주가 부족한듯하면 색다른 메뉴로 무료로 서비스해주어 아내하고도 인사 겸 함께 가기도 한 단골집이 있다.

단골은 서로 믿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단골손님이라는 말은 서로 간에 가까우면서 정이 있고 고향처럼 푸근함을 주는 아름다운 언어로서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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