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여곡절 끝에 2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유치원 3법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요구를 반영한 ‘시설사용료(교육환경 개선 분담금) 지급’ 조항을 놓고 막판 교섭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3법을 최초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유치원 3법을 두고 물밑 협상 중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설사용료 지급을 주장하고 나섰다"면서 "시설사용료 지급은 한유총 호주머니만 불려주는 일로, 절대 정치권의 손익 계산에 따라 논의가 될 법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맞는 지적이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됐다. 설립자나 원장이 유치원 예산을 교육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가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고, 지원금을 유용하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치원 3법은 한국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된 뒤 지난해 12월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랐다. 국회법이 정한 숙려기간 330일을 지나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고, 29일 본회에 자동 상정될 예정이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된 지 1년이 넘어서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는 셈이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수정안 논의가 불거져 나오면서 패스트트랙 원안의 통과여부는 불확실해졌다.

한유총은 그동안 유치원 설립자 투자분을 보장해달라며 시설사용료 지급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유치원은 학교’라는 기본 정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도 시설사용료를 보장할 경우 유치원 3법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립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설립자들도 사유재산을 투자해 학교를 설립했지만 시설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학교를 공적재산으로 여겨서다.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사립유치원도 사립학교법·육아교육법상 학교이기에 재무회계를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비영리기관이자 학교인 유치원에서 발생한 수입은 기관 운영을 위해 쓰는 것이 마땅하다.

유치원 설립자들은 스스로 교육자라고 자부해오지 않았는가. 진정 ‘속물 교육자’가 아니라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교비를 마음대로 유용하겠다는 발상부터 지워야 한다.

학부모 등 국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유치원 3법의 원안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꼼수 타협으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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