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 개발을 둘러싼 의혹제기와 이로 인한 불똥이 청와대까지 번지는 과정을 보면 나라의 국정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변변치 못한지를 알게 한다. 연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대정부질문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와중에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이미 올라온 이 사건에 대해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관계인 정권의 실세가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을 수십일 동안이나 국정상황실장이 틀어 쥔 채 주무르고 있을 수 있다면 다른 사건의 경우도 어떤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철도청이 사업 타당성도 없는 러시아 유전 개발을 한다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데는 분명히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엄청난 돈만 날려 버리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해 가면서 은폐의혹 마저 들게 하는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내치와 외교가 올바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는 서로 코드가 맞고 통하는 사이이면 원칙과 정도를 무시해가며 옹호하는 반면에 비판세력에게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도한다는 명예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적 고통에서 허덕이는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생각을 가졌다면 이럴 수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국민들은 지쳐있다. 어떻게 보면 아예 체념단계로 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제로 밤과 낮을 구별 못하는 정권과 정치권에 실망한지 오래다. 러시아 유전 개발과 은폐 의혹은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많고 많은 소재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절박한 것은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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