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살다보면 어느 날 문득, 아니 어쩌면 습관처럼 자신이 낯설어지기도 한다. 가장 잘 아는 익숙한 존재이면서 때때로 새로운 자신을 깨닫는 일도 생겨난다, 살다보면.

“이게 정말 나일까?”는 요시다케 신스케가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으로 그려낸 그림책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누구라도 쉽게 대답할 만한 질문은 아니다.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은 직업에서 취미, 특기, 감정, 신체, 고향, 민족같은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때에 따라 달라질 수있다는 점까지 더한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기는 수월하고도 난해할 수 있다. 자신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낯선 때가 적지 않은 터에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자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그림책은 자신을 대신할 가짜 나를 만들어 자신을 촘촘히 알아가는 자기 알기 지침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아이는 아이는 숙제, 심부름, 방 청소 같은 일상적인 일을 하기 싫어한다. 그런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짜 ‘나’를 만들어 그 녀석에게 모든 귀찮은 일을 떠맡기기로 하고 용돈을 탈탈 털어 세일하는 도우미 로봇을 산다.

주인님이랑 똑같이 행동하려면 주인님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일을 잘 해 낼 수 있다고 로봇이 말하자 아이는 더 많은 정보를 로봇에게 주기 위해 충분히 쥐어 짜내 이름, 겉모습, 가족관계, 취미, 기호는 물론 자신이 자라온 과정까지 자세히 알려 준다.

설명할 수 있는 사실적인 것들을 알려주고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로봇에게 말한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는데, 인간은 한사람 한 사람 생김새가 다른 나무 같은 거래. 자기 나무의 종류는 타고난 것이여서 거를 수는 없지만 어떻게 꾸밀지는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대.”

“나무의 모양이나 크기는 상관없어. 자기 나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대.”라는 부분은 아이보다 어른이 더 공감하고 실천할 만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자신을 대할 뿐인 일상에 시간을 내서 작가가 제시하는 경로를 따라 차분차분 자신을 더듬어 보아도 좋을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관계를 중심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자신의 고유함, 독창적일 만한 요소들을 살펴본다. 가족 속에서의 나, 다음은 겉으로 보이는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나의 뿌리, 성장 과정, 흔적을 남기는 나, 기계적인 나, 시시때때로 변하며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나, 학교 집 등 여기저기에 있어야 하는 나의 존재감 그리고 남이 생각하는 나 등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감정적인 차원으로 자신감과 열등감 같은 감정에 휘둘릴만할 때, 무엇보다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이런 그림책의 방식대로 정리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이고 인간의 삶인 인생도 한 두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일이나 자신을 설명할 것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더 좋아하는 지,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지, 무엇을 오래 아껴왔는지 하는 것들은 어쩌면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위대한 일을 하는 셈이되고, 누구도 침략할 수 없는 자신의 영토를 가꾸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세계의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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