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희 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노동계의 현안이었던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제 합리적인 노무관리와 원만한 경영수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내년 2020년 1월부터는 종업원 수 50인 이상 300인 이하의 사업장까지도 노동개혁의 여러 제도가 본격 적용된다고 하니, 중소기업인들은 하루하루를 걱정과 우려 속에 좌불안석,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요즘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위시한 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의 생존(존폐)을 걸고 연일 당·정·청 및 국회 등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유예와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등의 보완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서러워 보인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일까? 정부는 지난 18일 정부가 종업원 수 50인 이상 300인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  ‘시한을 정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적용’하고 특별연장근무 요건을 ‘경영상의 사유’까지 포함해 완화하기로 발표함으로써 인력운영에 숨통은 다소나마 트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법률 개정 없이도 시행규칙이나 고시개정을 통해 가능한 연구·개발인력의 적정·적합 운영을 위한 ‘재량 근로제 적용대상 업무의 확대’ 등이 이번 발표에서 빠진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 입법 등에 관한 환담을 진행하면서 “탄력 근로제 개편을 노동계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언급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이른바 선진국형 모델의 유연 근로제(탄력·재량·선택근로제 등)의 개혁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8일 실시한 ‘소상공인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노동분야의 전문 변호사인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유재원 대표변호사의 강의를 접하게 됐다.

유변호사는 “대한민국에는 노동이라는 말이 없고, 성실히 일한다는 근로가 있다”라고 하면서 “공허노동의 문제가 생기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노동의 양으로 경제, 경영을 추진하기 어렵다. 노동의 질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언급해 큰 반향을 주었다.

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21세기적 근로환경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서 유연근로제의 시행 및 이에 다른 임금체계, 임금제도 개선을 통해 노동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는 인사노무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얻게 됐다.

유연 근로제는 집중 근로제, 뽀모도르 테크닉(Pomodore Technique) 등의 기법만을 의미하기 보다는, 제조, 서비스, 용역 등의 여러 산업 부문에서 적절한 노무 모듈을 개발하여 근로시간과 근로성과를 다시금 조율해야 한다는 명제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도 바빠졌다. 최근에 여러 매뉴얼, 가이드를 내놓으면서 부쩍 유연근로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단지 근로자를 위한 근로시간제 개편, 임금체계 개편만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귀를 열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됐다. 이는 바로 이들이 대한민국 근로자에게 일터와 일할 기회를 주는 소중한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나 역시 한 사람의 근로자다. 기업인이라면 마땅히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해서 산업일꾼으로 써야한다”는 말을 남겼는데, 역시 고용의 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여전히 큰 영감을 준다.

앞으로 정부는 입법, 정책만으로 모든 제도를 본격화하기 보다는, 소상공인들에게 맞는 유연 근로제를 연구, 구상해 산업현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아울러 선진적인 노동개혁을 완수해야한다.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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