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열 칼럼]도서관 책들의 운명
[이세열 칼럼]도서관 책들의 운명
  • 충청매일
  • 승인 2019.11.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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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지금부터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매우 빈약했다. 공공도서관은 중소도시에도 1개가 있을 정도인데 정보센타의 기능보다는 학생들의 독서실 수준에 불과했다. 1995년 이후 지방자치체가 실시되고 자치단체장들의 의욕과 주민들의 지식 정보욕구가 확대되면서 도서관이 평생학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는 각종 도서관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평가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공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학 도서관 시설도 양적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도서관으로 변모되고 각종 평생학습 프로그램 도입과 노령자층의 증가와 장애인 배려에 따른 서비스 확대 등 이용자에게 더욱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변화에 따라 전자도서관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있던 장서들이 폐기 절차를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운명에 처해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은 물론 기관장들 또한 도서관전산화가 마치 최대의 정보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모든 도서관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모든 자료를 보관할 수 없다. 그래서 각종 도서관 별로 대표도서관을 지정하여 최소한 지역의 자료만이라도 해당 소재지 도서관에서 수집 보관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도서관들이 장서를 보관하는 데에는 공간의 한계가 있어 밀집서가를 도입하거나 보존서고를 설치하여 일정기간이 지나면 서가에는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신간들로 채워지는 추세이다.

책의 운명은 도서관의 환경과 장서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쇄자료보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자료는 천재지변의 경우 한순간에 사라지는 매체이므로 맹신해서는 안 되며 자료 형태별로 분산 소장되어야 한다. 도서관자료는 어떤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의 역사를 담은 기록으로서 시대를 일군 시민적 역량의 근원을 비추는 거울로 귀중한 역사자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이나 화재로 인해 책이 운명을 달리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소중한 인류문화 지식자산을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은 오늘 우리들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우리는 1986년 4월 29일 7시간 반 동안 미국 로스안젤레스 중앙도서관에서 대형화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시민들이 대처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이 화재로 40여만 권이 소실되었고 70만 여권이 훼손되는 등 우리나라 어지간한 대학도서관 장서량에 해당하는 110만권이 피해를 보았다.

물에 젖은 책을 70만권의 책을 48시간 내에 곰팡이 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영하 56도의 창고로 보내지기 위한 대 군사작전을 벌이듯 온 시민들이 모여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여 3일에 걸쳐 구해낸 것은 인간이 이룬 기적에 가까웠다.

시민들은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냈고, 첨단기술을 동원하여 책을 살리고 기금을 모아 7년 뒤에 도서관을 재개관하였다. 책은 인간의 내면의 지식을 총체화한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삶의 궤적이다.

인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성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짓고 운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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