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박종희 산문집 ‘출가’ 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수필가 박종희씨가 두 번째 산문집 ‘출가’(푸른사상/ 1만5천원·사진)를 펴냈다.

‘출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친정과 시가의 부모님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평범한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치매 환자가 돼 고단했던 인생살이의 기억을 하나하나 흘려보내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 이제는 다시 받아볼 수 없는 친정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변변한 구두 한 켤레 제대로 사드리지 못했던 친정아버지. 그분들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저자는 수필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고, 놓치고 사는 것을 다잡고, 아쉽고 서운했던 것들과 화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친정과 시가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인식시켜 준다. 저자의 단단한 내면, 구들장 같은 내용과 섬세한 표현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삶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매화꽃이 피었다’에서는 ‘어머니의 서랍’, ‘함 싸기’, ‘슬픔을 사는 사람들’ 등이 담겨 있으며 2부 ‘출가’에서는 ‘스며들다’, ‘헛제삿밥’, ‘청양고추’ 등의 작품이 들어 있다. 이들 작품에서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던 작가가 매콤한 낙지볶음을 즐겨 먹으면서 매운 맛에 익숙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고난과 시련,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진 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3부 ‘보물찾기’에는 ‘밥’, ‘아버지의 구두’, ‘이사’ 등의 작품이, 4부 ‘아버지의 등’에는 ‘미역국’, ‘처음이라서 서툴다’, ‘육개장을 먹는 시간’ 등의 작품이, 마지막 5부 ‘피베리 커피’에는 ‘골목길을 읽는다’, ‘고약한 발’, ‘수건’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이들 작품에서 잘 발효된 무 효소처럼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 내고 있다.

권희돈 문학평론가는 “읽는 내내 기적의 호르몬 다이도르핀이 팍팍 솟아남을 느꼈다. 트라우마를 대하는 글쓰기가 진솔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치 내가 화자인 듯 마음이 가벼워져갔다”며 “숲속 시냇물 속삭임을 따라가다 보면 숲이 만들어낸 아포리즘들이 후각의 기억으로 살갗에 스적인다. 더하지만 덧칠하지 않고 가볍게 덜어내는 문체, 무거운 과거를 진행형에서 완료형으로 바꿔놓는 개성은 박종희 수필의 미학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종희씨는 작가의 말에서 “글에도 온도가 있는 것 같다. 따뜻한 글은 누군가의 슬픔을 감싸주지만 싸늘한 글은 생채기를 남긴다. 글의 품격과 향기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난해하지 않고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건강한 수필을 쓰고 싶다”며 “구들장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저자는 충북 제천 출생이며 청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문학세계’로 등단, 첫 수필집으로 ‘가리개’가 있다. 서울시 전국 수필공모전 대상, 시흥문학상 우수상, 올해의 여성 문학상, 김포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충북작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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