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신동엽 시인 50주기 추념 학술대회
‘껍데기는 가라’·‘금강’ 작품 토론도 진행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껍데기는 가라 /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 아사달 아사녀가 /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1967) 전문-

충남 부여가 낳은 민족시인 신동엽(1930~1969·사진) 50주기를 맞아 오는 22일 서울 창비 50주년 기념홀에서는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신동엽학회와 국립한국문학관이 공동주관하는 ‘신동엽 시인 50주기 추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일협정과 한국문학 그리고 기록’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최근까지도 우리 삶의 한 축을 옥죄는 한일협정과 한국문학의 대응 양상을 살펴볼 예정이며 그간 소홀하게 여겨진 한국문학과 기록의 의미도 점검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껍데기는 가라’, ‘금강’ 등의 시를 통해 민족정서를 올곧게 표현해온 신동엽 시인과 김수영 시인, 소설가 김정한 등이 한일협정이라는 시대적 변고에 대해 문학적으로 어떻게 응전했는지 들여다보는 논의의 장이 될 예정이다.

특히 오랫동안 굴욕적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현재의 우리를 성찰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며 작고 문인을 기념하고 시대에 밀착해 시인의 문학을 읽기 위해서는, 문학과 관련된 기록이 어떻게 수집되고 연구되며 공유될 수 있는지 짚어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학술대회는 오전 10시 염무웅국립한국문학관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고봉준 경희대 교수의 ‘1960년대 사회변화와 현대시의 응전:1965년 한일협정 전후 김수영, 신동엽의 시를 중심으로’, 최현식인하대 교수의 ‘(신)식민주의의 귀환, 시적 응전의 감각-6·3 한일협정과 한국 현대시’에 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이어 오후에는 김지윤 숙명여대 교수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식민지의 연속성:1965년 체제 이후 김정한 소설을 중심으로’, 서영인 국립한국문학관 연구원의 ‘문학지도와 문학관 아카이브’, 권철호 국립한국문학관 연구원의 ‘문학관의 정체성과 문학자료의 범위’ 등에 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마지막 종합토론으로는 신동엽 시인의 작품 ‘껍데기는 가라’와 장편서사시 ‘금강’에 관한 작품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신동엽 시인은 1930년 충남 부여읍 동남리에서 태어나 1943년 부여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이 워낙 가난해 학비를 줄이려는 마음에서 관비가 지원되는 전주사범학교에 입학한다. 1948년 동맹 휴학으로 전주사범 기숙사에서 나와 귀향한 신동엽은 곧 부여 근처의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지만 사흘 만에 그만둔다.

우여곡절 끝에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한 신동엽은 6·25가 일어나자 바로 귀향해 9월 말까지 부여에서 민청 선전부장으로 지내다가, 수복 뒤 국민방위군에 징집된다. 신동엽은 군에 입대해 동두천의 6군단 공보실, 서울 육군본부, 충남 온양 등지에서 근무하다가 제대하고 고향에 정착한다. 결혼한 직후 그는 아내가 부여 읍내에 차린 양장점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가다가 간신히 충남 보령군 주산농업고등학교의 교사 자리를 얻는다.

1958년 말에 갑자기 각혈한 뒤 폐결핵인 줄 알고 학교에 사직서를 낸다. 서울 돈암동의 처가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홀로 부여에 남은 신동엽은 병과 가난 속에서 독서와 습작에 몰두한다. 이 시기에 그는 문명과 위선에 물든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한편 원초적인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들을 노래한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를 써서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다. 이후 신동엽은 조선일보에 ‘진달래 산천’, 세계일보에 ‘시로 열리는 땅’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걷는다. 시인은 시집 '아사녀', 장편서사시 '금강', 평론 '시인정신론' 등을 냈으며 40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 창비는 신동엽시인 50주기를 기념해 올해 ‘신동엽 산문전집을 간행한바 있다.

신동엽기념사업회 강형철 이사장은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시인 신동엽은 아직도 살아 있는 현재적 의미의 시인이다. 신동엽과 김수영의 시 세계는 4월혁명에 젖줄을 대고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며 “신동엽의 참여는 소박한 민족적 정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들은 체제 비판적인 감수성으로 현실을 거부한 ‘불온한 시인’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지만, 가난한 농민 집안의 아들로 자란 신동엽은 동학 운동과 민족의 원시 공동체에 구현된 원형적 민중 정서의 회복을 거듭 노래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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