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희 시인 세번째 시집 ‘몸짓’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박원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몸짓’(시와에세이/1만원)이 출간됐다.

‘몸짓’은 시대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시인의 시적 태도를 견지한 작품들이다.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위무며 사랑인지 잘 보여준다. 그것이 사회와 가족의 비극적 서사이던 간에 시인은 따듯한 연민의 서정으로 승화시키면서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궁구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개인사 또한 시 안팎에서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한눈팔지 않고 곧장 불편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참되게 시를 보듬고, 고된 생활의 울타리 너머를 살폈다. 그것은 고스란히 ‘몸짓’에 담긴 ‘꽃집에서’, ‘병원에서’, ‘버스에서’ 그리고 ‘빈소에서’ 등의 작품에서 무심한 듯 드러나고 있으며, 어머니와 아버지와 갈대의 숲과 고양이 속에서 고요하게 여울져 있다.

버스를 탔는데

앞에 두 사람이 수화(手話)를 한다

유창한 말의 몸짓

 

버스는 달리고

버스는 시끄럽고

소통할 수 없는 언어들로 가득한

혼돈의 세상 속

침묵으로 일관된 몸짓

 

말 잘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저 몸짓으로 세상의 말을 짓는

침묵의 언어

 

이미 세상에 없어진 말들을 불러

모아

몸짓으로 남아야 할 것들을 써야지

온몸으로 써야지 하는

 

저 소리들

―’몸짓’ 전문

 

시인은 “시를 쓴다는 것은 시를 통해 최상의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삶의 양식”이라며

“이번 시집을 통해 세상과 아름다운 소통에 나서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시대적 현실이 아무리 힘겹고 괴로워도 삶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록 ‘소통할 수 없는 언어들로 가득한 혼돈의 세상 속’이지만 시인은 ‘이미 세상에 없어진 말들을 불러 모아’세상과 아름다운 삶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김창규 시인은 박 시인의 시집 ‘몸짓’은 “가족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분단의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위무하는 시가 그득하다. 시인은 그동안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시를 통해 밝히고 있다”며 “시인은 자연과 어울리면서도 침묵하지 않고 노동의 현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한 시인은 ‘몸짓’에 대해 “시인의 시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가 걸어간 풍경마다 손발에 묻은 흙냄새와 풀 냄새, 강물 냄새가 난다. 그의 기억은 그리움보다 회환이, 미련보다 성찰이 앞서지만 마냥 회고에 머물지 않는다”며 “살기 위해 굴뚝에 올라간 노동자와 팍팍한 현실과 질척한 삶을 불러낸다. 또한 그의 시는 비극의 서사와 연민의 서정이 결코 혼란스럽지 않게 혼재되어 있다. 사실 역사가 됐든 가족사가 됐든 그것의 배경은 풍경이고, 그 풍경을 걸어온 우리가 곧 역사인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희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민족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 ‘아버지의 귀’가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회원, 엽서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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