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진장 상전거리에서 잡화전을 맡은 장순갑의 반발은 당연했다. 상전 객주들 중 경강상인들에 의존해야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장순갑 뿐만이 아니었다.

어물전을 하는 김길성도 그러했고, 피륙전을 하는 김상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상전들은 경상들의 배가 올라오지 않으면 물건을 공급받을 길이 없었다. 상전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팔 물건이 없다면 소 없는 빈 외양간처럼 말짱 헛것이었다.

“그건 곡물전도 마찬가지유. 곡물전에 쌀보리는 없고 수수나 콩 서넛 알 있다면 그걸 곡물전이라 할 수 있겠슈? 어쨌든 청풍 물산만으로는 성시가 될 수 없고 경상들이 올라와야 헐 텐데 걱정입니다.”

박한달 상전 객주도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객주님들, 경상들이 올라오면 모두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늦어지기는 하지만 그들은 꼭 올 것이니 기다려 보십시다. 그러니 경상들이 올라올 때가지 오늘 우리 북진장을 찾아왔던 장꾼들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그 방안이나 상론해 보십시다.”

최풍원은 경상들이 반드시 온다며 확신했다. 그러고는 기 때가지 북진장에 장꾼들을 잡아놓을 방법이나 강구하자며 말머리를 돌렸다.

“대행수, 일단 여각에 쌓여있는 물산들을 풀어 장을 풍성하게 만듭시다. 그리고 우리 도중 객주들도 미끼로 십시일반 물건들을 내놓읍시다!”

“미끼는 또 뭔 소리요?”

박한달 싸전 객주의 제안에 영월 맡밭 성두봉 객주가 되물었다.

“물속에 고기도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한 법 아니겠소이까? 장터에 장꾼들도 잡아놓으려면 뭐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런데 그걸 왜 객주가 내놓는단 말이오?”

“모든 걸 여각의 대행수에게만 떠미는 것이 염치없는 일 아니오이까? 북진여각에 곳간을 열어 물산들을 풀어 장마당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우리 객주들도 도움을 주는 게 도중회원으로서 도리 아니겠소이까?”

“그렇소이다! 우리도 장꾼들을 끌어 모을 미끼 상품을 각자 하나씩 내놉시다!”

박한달이 최풍원 대행수의 심중을 미리 알고 선수를 친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말하기 꿉꿉한 이야기를 대신 해주었으니 최풍원은 박 객주가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난 창호지 오십 권을 내놓겠소이다!”

서창 황칠규 객주가 자신이 가지고 온 한지를 미끼상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서창은 옛날부터 닥나무를 많이 재배하여 질 좋은 종이를 생산하는 산지로 이름이 나 있었다. 황 객주가 내놓겠다는 창호지는 문을 바르는 종이로 오십 권이면 천 장이나 되는 적지 않은 양이었다. 그것을 북진난장을 찾는 장꾼들에게 다른 물건과 기워주거나 거저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막사발 백 벌을 내놓겠습니다요.”

양평 금만춘 객주도 집에서 매일처럼 쓰는 대접을 내놓았다.

“나는 약초 백 근을 내놓겠소이다,”

조산촌 차익수 객주는 미끼상품으로 약초를 내놓겠다고 했다.

“여러 객주님들이 물산을 내놓는다고 하니, 우리 상전 객주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소이다. 나도 메밀 열 섬을 내놓겠소이다.”

박한달 싸전 객주도 메밀을 내놓겠다고 했다.

객사에 모여 있던 모든 객주들이 북진난장 활성화를 위해 자신들의 물품을 내놓았다. 모두들 북진난장이 호황을 이뤄 청풍에서 제일가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았다. 북진여각 최풍원 대행수가 고마운 마음을 여러 객주들에게 표했다.

“객주님들, 장이나 한 바퀴 둘러보십시다.”

이튿날 햇살이 퍼지자 최풍원이 북진 도중회 산하 각 지역의 객주들과 임원들을 데리고 난장이 열리고 있는 장마당을 돌아보기 위해 여각을 나섰다.

여각의 행랑채를 둘러싸고 있는 곳간에서는 닫혀져 있던 문을 열고 그동안 갈무리해두었던 곡물과 갖가지 산물들, 그리고 청풍 인근에서만 나는 특산물들이 담꾼들에 의해 난전으로 풀려나가고 있었다.

최 대행수 일행이 장마당에 들어섰을 때 풍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난장이 틀어지고 있는 상전과 가가 어름 널찍한 마당에서 풍물놀이가 벌어지고 그 주위로는 구경꾼들이 빡빡하게 둘러서서 사당패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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