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2003년 11월 전국을 중부권과 영남권, 호남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한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광역단체들은 한방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한방산업단지 유치에 따른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우는 등 한방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추진해 왔던 한방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전면 수정한다고 일방적으로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십억원을 들여 한방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관련 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해 온 지자체들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예산과 권한 등의 한계성으로 인해 중앙 정부 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로선 하소연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복지부는 제한된 한방산업 수요와 각 시·도 간 사업내용 조정이 어렵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소규모 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예상되는 공급·수요에 따른 필요성과 사업추진의 타당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분석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중앙이나 지방정부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다. 더욱이 국가 전체의 행정을 다루는 중앙정부는 예산 규모나 일선 각 지자체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1년여 동안 각 지자체들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쪼개 한방산업단지 유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당초 추진했던 정책의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돌연 정책의 전면 수정을 통보한 것은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동안 투자된 예산과 행정력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한방산업단지 유치의 꿈에 부풀어 지역발전을 기대해 왔던 민심의 허탈감은 무엇으로 채워 줄 것인가. 이번 복지부의 정책 수정으로 각 지자체마다 엄청난 재정적·행정적 손실이 발생한 만큼 이번 정책변경에 따른 명백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철저한 책임 규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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