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2019년을 마무리하는 11월에 지면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군 제대후 조금 늦은 나이에 한의대를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고백하자면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린 나이에 홍역을 앓고 나서 체중도 많이 줄고, 기력도 없어서 할머니 등에 업혀 한의원을 갔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제외하고는 한의대 입학 전에 한의학과 저와의 인연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제는 20년 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입학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한의대에 입학한 첫 해는 혼란과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공학을 전공하고, 현대과학 기술과 용어에 익숙한 저에게 음양오행, 경락, 경혈, 약초, 추나 등과 같은 한의학의 용어와 개념은 혼란과 어려움을 넘어, ‘이 학문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까지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부지런함이라는 좋은 천성을 부모님께서 물려주셔서 하루하루 나태하지 않게 버티다보니 한의학이라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덧 졸업을 하면서 한의사 면허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한의대 학생들이 겪는 과정이겠지만, 저 또한 졸업을 하고 한의사로서 진료를 시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환자가 방문을 하여 교과서처럼 증상을 호소하고, 저 또한 교과서처럼 진료하고, 교과서대로 치료해드리면 금방 소문 자자한 명의가 될 것이라는 어머어마한 환상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전에서 부원장으로 진료를 시작하게 된 첫날부터 그 환상은 무참히 깨지게 되었습니다.

진료 매뉴얼에 따라 환자분을 진료하기 시작했지만, 첫 질문부터 제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환자분은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언어로 본인의 증상을 호소하셨습니다. ‘어? 이 표현은 뭐를 말하는 거지?’‘왜 교과서대로 말하지 않으실까?’ 첫날 진료는 그런 식으로 어렵게 어렵게 마치 1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마무리 되었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저는 진료실 의자에 기절하듯 쓰러져서 몇 명의 환자를 진료하였나 확인하고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단 10명의 환자밖에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그런 당혹감을 느끼지 않게 되고, 또 조금이지만 사람의 몸을 이해하게 된 지금. 진료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삶의 이야기나, 일상에 도움이 될 만한 한의학 상식을 쉽게 이야기로 풀어서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약력

 인하대 전기공학과·대전대 한의과

 대학 졸업

 한의 소아과학회 회원

 두피 탈모학회 회원

 한의 암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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