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 중 20대 국회가 가장 일을 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여소야대 형국에서 강력한 야당의 비판을 뛰어넘지 못해 여러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해결하지 못했고, 야당은 장외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국회를 비워 식물국회로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이제 국회 일정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실제 올 12월이 지나면 총선국면에 접어들어 국회 내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된다. 한 달 남짓한 기간이 20대 국회가 국민의 큰 비판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12일 3당 원내대표회의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민생 법안을 비롯해 최대 쟁점인 패스트트랙 법안,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법안 120여건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4년간 했어야할 일을 미뤄뒀다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발상이다. 이것조차 무용지물 만들지 않고 처리하겠다고 하니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3당 원내대표는 비쟁점 법안 120여개와 데이터 3법과 국회법 개정안도 내용을 추가해서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컬으며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데이터 3법과 국회법은 원내대표 간 꾸준히 논의됐던 것으로 여야 할 것 없이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라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처리 시점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쟁점 법안의 일괄 타결은 당연한 일이고, 문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및 검찰개혁 법안 처리가 관건이다.

실제 120여건의 민생법안도 중요하지만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 법안은 다른 어떤 법안보다 중요하다. 20대 국회가 이 법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큰 국민적 저항이 예상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야 한다.

문 의장은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은 다음달 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여야는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설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법안이 3일 예정대로 부의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회법에 따라 상정돼야 한다.

자유한국당 측은 여전히 패스트트랙의 모든 과정을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반발은 반발이고, 20대 국회가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남은 12월에 전 국회가 전력질주 해야 한다. 당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느라 국민이 고대하는 사법개혁을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남은 기간 동안 각 당의 원내대표들은 끊임없이 소통해 마지막 남은 기간 동안 국회가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부디 노력해주기 바란다. 최선은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지만 안 된다면 본회의에 상정해 많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입법화에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성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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