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진여각 객사에는 오늘 첫 난장을 마치고 모여든 장사꾼들로 북새통이었다. 사람들 시름이야 각자 시름이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그깟 것들은 흔적도 없었다. 그저 웃고 떠들다 보면 모든 걱정거리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여러 객주들께서 힘써 준 덕택에 드디어 오늘 난장을 틀 수 있었소!”

북진여각의 객사에 나온 최풍원 대행수가 객주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그게 어째 저희만 힘을 썼겠습니까요? 행수님 노고가 더 크지유.”

역시 아부가 입에 붙은 서창객주 황칠규였다.

“대행수, 오늘도 나루에 경강선이 올라오지 않고 있으니, 경상들은 어떻게 된 거래유?”

영월 객주 성두봉이 황 객주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물었다.

“오늘 난장 첫날이니 그간 고생한 객주들을 독려하기 위함도 있지만 실은 그 문제를 여러 객주들과 상론해보려고 이래 나왔소이다.”

최풍원이 객방에 나온 까닭을 이야기했다.

“대행수님, 경상들이 올라온답디까?”

“장이라는 게 실속도 있어야겠지만 눈요기도 중한 것 아니오이까? 오늘 난장을 보니 맨날 보던 장거리들뿐이지 눈 호강할 물건들은 하나 없으니 이래가지고야 난장이 얼마나 갈라나 모르겠습니다요.”

“그런 물건들은 한양 장사꾼이 아니면 워디서 구경한 디야?”

“장 구경 왔다가 진저리나도록 맨날 보던 물건만 또 장바닥에 깔려있으면 누가 또 여기에 오겠소이까?”

객주들도 최풍원처럼 한양에서 올라올 경강상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객주들의 그런 심사 이면에는 제대로 난장이 틀어지기도 전에 삭어들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열흘 전 은밀하게 목계를 다녀왔소이다. 곧 경상들이 선단을 끌고 올라올 것이오!”

최풍원이 객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자신 있는 투로 말했지만 속에서 일어나는 일말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경상들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다른 방책이 있으신지요?”

“반드시 올라올 것이오!”

최풍원으로서도 그들이 올라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자구책이 없었다. 그만큼 경강상인들의 물산은 북진난장의 성패에 절대적이었다. 장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작용했다. 그러나 최 대행수는 경상들이 반드시 올라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풍원이 경상들을 필요로 하는 만큼 경상들도 지금 당장 북진여각에 보관중인 특산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대행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우린 우리 장사만 열심히 하면 되겠소이다.”

“그런데 경상들이 나루에 닿기 전 우리끼리 처결해야 할 문제가 있소!” 

“무슨 문제요, 대행수?”

영춘객주 심봉수였다.

“열흘 전 목계에서 경상들과 약조한 내용들이오.”

“무슨 약조를 했기에?”

“경상들이 북진까지 와주기만 한다면 목계에서 경상들에게 제시한 모든 조건을 들어주고 거기에 보태 당시 목계 시세의 일할을 덤으로 더 얹어주겠다고 약조한 것이오.”

“아니! 이제껏 장사로 살아온 대행수께서 그런 무모한 약조를 하셨는가? 목계에서 경상들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 수도 없고, 시세는 장마다 다르고 조석으로 변하는 것인데 무조건 경상들에게 유리하게 약조를 했다니, 이제 어찌 하시겠소?”

영춘 심 객주가 난감한 표정으로 최 대행수를 질타했다.

“당시는 일단 경상들을 우리 북진으로 오게 만들려니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영월 성 객주도 난색을 표했다.

“그 약조를 그대로 지켜야한다면 경상들이 와도 문제가 되겠구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난장을 트는 것이 우선 급했기에 그리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소. 그러나 경상들에게도 약점은 있소. 그는 지금 시간에 쫓기고 있소. 목계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세곡을 선적해서 한양으로 갈 시간이 빠듯하오. 거기에다가 다가오는 단오에 대궐에서 큰 잔치가 있는데 싣고 온 곡물을 매각하지 못해 거기에 공납할 특산물조차 매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요. 마침 우리 여각에는 그들이 원하는 특산품이 넉넉하게 있으니, 이걸 잘 이용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전화위복이 될 거라 생각하오!”

최 대행수가 둘러앉은 도중회의 여러 객주들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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