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이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주년이다. 1989년 11월 9일, 세계인들의 감격 어린 시선 속에 무거운 콘크리트 장벽은 붕괴됐다. 독일정부는 올해 장벽붕괴 30주년을 기념한 2유로 특별 주화를 발행했다.

30년전 통일 당시에 독일인들은 지난 40년의 분단으로 인한 산적한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많았다. 특히 ‘경쟁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동독인들을 어떻게 서독인들과 조화롭게 융합시킬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많았다. 통일 초기에 동독 출신들은 오씨(Ossi)라 불렸는데 서독 출신인 베씨(Wessi)들과 비교하여 비하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됐다.

오씨(Ossi)는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인들을 비하하는 말’이고 베씨(Wessi)는 ‘거드름 피우고 잘난 척 하는 서독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당시 통일 독일의 이질적인 국민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40년 분단의 통일 독일이 이 같은 이념적 갈등을 겪었다면 70년을 헤어져 살고 있는 남북의 국민들의 이념적 갈등은 얼마나 깊을까.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가급적이면 한국의 오시와 베시가 생겨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예를 참고하며 우리만의 통일국가를 이루어 가야 한다. 지금 조금 잘 산다고 거드름 피울 필요도 없고 조금 못 산다고 2등 시민의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통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더 크게 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 나가기고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금방이라도 통일한국에 대한 무지개 빛 청사진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되면서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던 각종 선언은 국민들의 마음만 들뜨게 하고 말았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경기장에서 행한 연설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도 이념적인 갈등으로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열된 모습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며 아쉬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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