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옛날 어느 한 고승(高僧)이 제자들에게 지팡이를 옆에 놓고 가리키며 “이 막대기를 톱이나 도끼 등 어떤 도구도 사용하거나 손대지말고 짧게 만들어 보아라”하고 과제를 주었다. 제자들은 몇 개월에 걸쳐 머리를 싸 메고 궁리를 했지만 모두들 어떻게 해야할지 방도를 생각해 내지 못하였다. 그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아가 “제가 해 보겠습니다”하더니 밖에 나아가 긴 막대기를 가져다가 그 지팡이 옆에 놓았다. 고승께서는 빙그래 웃으시며 “길고 짧은 것은 상대적 개념이다”며 역시 그대가 해냈구나 하시며 만족해 하셨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 살고 못 사는것도 역시 상대적이다. 대개는 높이 쳐다만 보고 사니 자신이 부족하고 초라해 보여 불행 하다고 느끼고 산다. 행복은 재력(財力), 권력(權力), 명예(名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벌이라도 자살을 하고, 권력가도 구속되고, 명성이 높은자도 그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니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그래서 평소에 작은 덕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쌓아가는 것이 후일 아름다운 행복이 마련되는 길이라는 가르침이다.

1960년대 먹고 살기도 힘든 농경시대는 대부분의 국민이 절대적 빈곤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누구를 쳐다보고 살수도 없었다. 지금 우리나리는 국민 소득 3만달러 세계10대 교역 국가다. 그렇지만 상대적 빈곤문제가 사회문제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복지사각 지대에서 독거노인 극빈자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선심성 복지예산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때 도움이 제공 될 수 있게 사회 안전 망을 더욱 촘촘히 짜야한다. 또 우리사회에 단절과 소외되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복원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잘되는 것에 민감하다. 다른 민족에 비해 비교의식이 유별나게 발달한 것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많고 엉뚱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실에 힘들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한 성향 때문에 한국은 외제 브랜드와 짝퉁이 판을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회양 사건은 부유층이 가진 귀족 의식 때문이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도 빈곤때문이 아니다. 특정 부유 계층에 밀려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가진 상대적 박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연령대를 가리지않고 이 상대적 빈곤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20~30대는 취업문제가 젊은이 들을 압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시직과정규직, 아르바이트까지 구직 경쟁과 갈등이 치열하다. 40~50대는 직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60~70대는 소득 감소와 생활궁핍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100세시대에 걸맞는 경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국토는 작고 지하자원은 부족한데 인구밀도가 높으니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없다. 여기에 상호비교하는 민감한 민족적 특성으로 언제든 상대적 빈곤의식은 더욱 맹위를 떨칠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대에는 남과 비교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상대적 우열의식은 낮추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관과 신념을 다듬고 지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갈수 있는 당당한 정신과 태도가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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