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카롤리네 케르 그림의“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싫든 좋든 각종 소음에 노출되고 있다. 공동주택에 모여 살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소음은 특히 예민한 문제이다. 조용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현대인들은 집에서라도 고요히 있기를 원하지만 아파트로 지칭되는 공동주택의 소음은 해결의 방법을 찾기 난망한 문제가 된다. 힘겨운 소음문제는 힘겨운 어울림으로 나타난다. 

소음을 내는 이는 그러지 않기가 어렵고, 소음을 견디는 이는 그것 때문에 힘겹다. 공동으로 어울려 사는 일,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살기는 어렵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사는 일은 먹고 자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움직이고 소리내고 쓰레기를 만들기도 하게 되는 걸. 또 하루의 피로를 풀러 쉬는 집 안에서도 늘 타인의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면 집이 고역의 장소가 되기도 하는데.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 보다 먼저 공동주택 살이를 시작한 서양 작가가 쓰고 그렸다.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살던 집이 좁아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하고, 새 집에 미리 가보기로 한다. 새로운 집은 방이 다섯 개나 되는 넓고 환한 삼층집이었다. 가족들은 그 집이 좋았다. 그래서 새 집을 보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인 것처럼 큰 소리로 웃고 고함도 질러 보고 기쁜 마음에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기도 했다.

마침내 아이들은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밥도 조금씩만 먹고 놀지도 않고 누워서 발차기를 하고 구석에 쪼그려 있기만 했다.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다.

아래층 할머니는 어느날부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귀를 쫑긋 세워 천장에 댔다. 계속 들리지 않아 병원에 가 보지만 정상인데 귀가 커져있었다. 더 궁금해진 할머니는 의자를 놓고 천정에 귀를 대 보지만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귀만 자꾸 커져갔다. 의자를 더욱더 높이고 아슬아슬 뒤뚱뒤뚱 소리를 들으려고 할수록 할머니 귀는 더욱 더 커졌다.

사람들이 보고 할머니 귀가 왜 그리 커졌느냐고 물으면 소리를 더 잘 들으려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높은 곳에 올라가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고 귀는 점점 자라나 땅에 질질 끌리게 되었다.

 할머니는 드디어 의사를 집으로 부른다. 의사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 너무 애를 써서 병이 났다고 말하고 위층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고 간다. 할머니가 못들어서 생기는 병에 걸렸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고 웃으며 신나게 놀게 되었다. 이제 집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다시 즐거운 곳이 되었다.

이제 할머니는 더 이상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들을 수 있게 되고 귀도 점점 작아졌다. 귀가 정상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집 밖으로 나와 아이들을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까지 하게 되었다. 훈훈한 해결방안을 우리 삶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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