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사회변화와 발전의 힘에 대하여 학자들은 다양한 동인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인비(A. Toynbee)는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을 콩트(A. Comte)는 아이디어, 뒤르켐(E. Durkheim)은 인구 증가, 웨버(M. Weber)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들 다양한 이론에 큰 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갈등을 변화의 중요 동인 생각하는 막스(K. Marx), 다렌도르프(R. Dahrendorf) 등의 갈등이론이 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와 같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어 있는 것으로 심리학적으로 ‘갈등이란 의사결정과정에서 의사결정 주체가 대안의 선택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이는 심리적 대립감’을 의미한다. 갈등이 변화와 발전의 동인이라는 의미는 우리 속담에 ‘싸우면서 큰다.’라는 것으로 표현된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직류와 교류 송전방식을 둔 싸움은 산업혁명을 가속화하였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이라고 하는 2차 세계대전은 현대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기술발전에 속도를 붙였다. 현대의 글로벌 경제체제가 가지는 무한 경쟁의 갈등은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오고 있는 ICT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과 북한의 갈등은 북한으로 하여금 군사력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의 예를 보면 갈등이 발전과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종교와 인종을 바탕으로 하는 이데올로기와 빈부 격차가 가져오는 갈등을 보면 갈등은 발전의 동인이 아닌 저발전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인종 갈등, 중동의 종교 갈등, 남미의 이데올로기 갈등은 사회발전의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18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사회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여 인식론적으로 우리사회는 초 갈등사회에 속하고 있다.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빈부 갈등, 세대갈등, 노사갈등, 남녀갈등, 지역갈등이 사회 모든 부문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여야 하는 정치체제가 이러한 갈등을 부추겨서 칡과 등나무처럼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갈등의 모습을 국회의 법안처리에서 볼 수 있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8% 수준으로 식물국회라고 부른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 34.06%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정치가 해야 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권 창출과 정권유지, 그리고 공천과 당선에 목을 매는 국회의원이 있는 한 한국사회의 갈등이 사회변화와 발전의 동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위안은 우리의 갈등이 사회해체와 국가해체까지 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강한 신념과 지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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