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이원묘목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주 북한에 전달됐다. 폐쇄적인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대량의 묘목(1억원 상당)을 북송하면서 최소한 구체적인 식재일정과 장소는 정해졌어야 했다. 2001년 이원묘목 3만1천주가 남포시 일대에 식재된 후 이번에 북송된 묘목은 남북경협의 상징지역인 개성에 심기를 희망했었다. 그러나 남북경색으로 육상운송이 실패하면서 내년으로 미루자는 연기론이 있었지만 이원영농법인은 이를 무시하고 북송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복숭아·자두 묘목을 서둘러 북한에 보낸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고, 이원묘목영농법인이 ‘북송 이벤트’에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상악화로 당초 일정보다 3일 늦은 지난 10일 북 측에 묘목이 전달됐으며 옥천군은 기상악화로 수송이 지연되자 묘목의 안전을 위해 컨테이너에 담긴 포장을 재점검하고 드라이아이스를 긴급 공수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또 이번 북송에는 묘목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갔으나 묘목재배기술을 전수하기는 커녕 방북기간 내내 남포항 인근 숙소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감시까지 받았다고 한다.

북한 관계자들은 한 술 더 떠 묘목만 보낼 것이 아니라 비료와 농약·장비까지 요구했고, 방북 인사들은 비료·농약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북한 체류기간 내내 불안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보낸 묘목은 농업인들이 자식같이 기른 것을 북한의 과수발전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보탰고, 충북도와 옥천군이 수송비 5천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관계자들은 3만주의 묘목과 손수레·자전거·전지가위까지 가져갔는데도 불구하고 남 측 관계자들을 환대하기는 커녕 더 보내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고서도 묘목을 북한에 보낼 필요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원묘목을 북한에 보낸 것은 이원묘목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품질 좋은 묘목을 북한에 심어 식량으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평화통일과 납북교역의 상징 목으로 키우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원묘목영농법인이 북한을 돕겠다는 순수한 의도는 이해되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계속 퍼주는 형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이런 식의 묘목북송은 재검토돼야 하고 이벤트성 북송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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