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55번째 생일을 맞아 은퇴를 선언했다. 성공한 사업가로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스스로 생각과 방식이 노쇠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한 배경은 경제적 관점을 달리하고 다양한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엘리트주의를 지양한 것으로 귀결된다.

다른 생각들과 평범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성공을 이끈다는 확신을 가졌던 까닭이다.

마윈의 은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정치의 문제점이 투영된다.

우선 소위 말하는 ‘패거리 정치’다. 통합과 협치를 외치지만 실상 내 편만 바라보는 ‘진영적 독선’이다. 또 자신만 적합하다는 ‘엘리트적 오만’도 한 몫 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본능적 저항만 있을 뿐, 이를 냉철히 수용하고 성찰하는 정치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정치를 국민과 국가를 위한 헌신과 봉사라는 소명이 아닌, 개인의 출세와 권세를 위한 연장 수단으로 삼는 것이 가장 큰 병폐다.

수많은 정치 신인들이 ‘다선(多選)’과 ‘계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인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도, 이주여성 대변의 상징이던 이자스민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이 상반된 정의당에 입당하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이다.

패거리정치에는 개인의 소신이나 정치적 신념이 허용될 공간이 없다. 그저 진영의 논리와 암묵적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의 혁신과 변화를 차단하는 구폐(舊弊)로 작용한다. 사회 통합과 개혁을 주창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대결구도를 조장하고, 언로(言路)가 막혀 있는 폐쇄구조이며, 간언(諫言)이 배척되는 독단적 시스템으로 고착화한 것도 문제다.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마윈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성공한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답한다. “그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권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화두다. 정치적 위상과 권력 축적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단언컨대 바뀌지 않는다.

이를 타파하는 길은 세대교체다.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정치 연령이 가장 높다. 주요 국가의 의회 평균 연령을 살펴보면, 오스트리아는 47.9세, 프랑스 48.7세, 독일 49.4세, 영국 50.5세, 캐나다 52.0세인 데 비해 한국은 55.5세에 달한다.

똑똑한 엘리트, 이미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정치에 투영하고 발현할 수 있는 평범한 젊은 신인들이 정치권에 진입함으로써 정치적 구조 개혁과 적대적 대결구도를 깨뜨리고 말 그대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를 정치권 스스로에게 맡길 수는 없다. 선언적 상징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며 책임이다.

패권의식과 엘리트주의, 사리사욕에 물든 ‘직업정치인’들의 정계은퇴를 촉진하고 다양한 ‘국민정치인’들의 등용을 견인할 때, 비로소 국민이 바라는 정치적 희망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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