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 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구글(Google)이 현존하는 최고성능의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구현했다는 논문이 실렸다고 한다. 실용화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엄청난 대 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 접는 스마트폰, 선 없이 충전하는 기술,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첨단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꿈만 같던 100세 수명연장의 꿈도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는 인간의 수명이 건강하게 연장되면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생활보다 도시생활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가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회의 변화는 항상 더 바람직하고 행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평균수명 100세의 고령화 사회에서 인간은 이전 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령화 사회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늘어만 가는 은퇴 젊은이(?)를 봉양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 퇴직연령을 늦춰야 하지만 청년일자리와 부딪친다. 고령이혼은 지난 10년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율이 1998년 12.4%에서 2018년 33.4%로 증가했다). 정신적인 질환을 겪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사회적 스트레스도 점점 높아져 간다. 과연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며칠 전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자정이 훌쩍 넘어서 끝이 났다. 이야기의 소재는 직장이었지만 핵심 주제는 관계였다. 업무의 성과, 직장의 분위기, 개인 만족도 등 거의 모든 사항에 있어 결국은 동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우리는 왜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좋은 관계 맺기에 몹시 서투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친구와 친구, 선배와 후배, 남자와 여자, 상사와 직원 간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필수의 관계교육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초년기에 잘 못 익혀진 관계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고착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안정된 연금이나 복지 시설이 아니라 관계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가계소득이 부족하거나 몸의 한 부분이 불편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행복해 지는 방법은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데 있다고 한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빈도의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 관계는 제아무리 뛰어난 양자컴퓨터라도 계산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것이다. 관계능력은 성공보다 실패했을 때 더 성장한다는 것을 터미네이터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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