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예산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과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하반기 재정절벽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예산집행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선 자치단체별 예산 집행실적을 평가해 미진하면 불이익을 줘 공무원들의 피로감도 큰 모양이다.

30일 충북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6월) 도의 조기집행 예산 실적은 4조8천309억원으로 당초 신속집행 대상 예산액 4조6천306억원을 4.3% 초과 달성했다. 이는 신속집행 대상 예산(4조158억원)의 99.28%(3조9천869억원)를 썼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높은 실적이다. 도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포함 총 16조3천470억원의 예산을 90% 이상 집행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올해 2%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 예산조기 집행도 재촉하고 있다. 예비비를 신속집행 대상으로 분류하고, 포상금 사업이나 신청자가 있어야 예산을 쓸 수 있는 공모사업 예산도 신속집행하라고 시달했다. 예비비는 본예산 편성 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연도 중 시급하게 지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이다.

정부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지자체의 예산 집행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와 표창을 준다. 특히 올해는 예산 불용액이 많은 지자체의 경우 보통교부세 산정 시 불이익을 주고, 신속집행 우수 지자체는 특별교부세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재정 조기집행 제도는 예산을 일찍 풀어 지역에 돈이 돌게 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예산집행이 연말에 몰리는 ‘늑장 행정’을 막고 불용을 최소화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는 지자체 금고예치금 이자수입 감소, 부실공사 우려, 하반기 경기 위축, 불요불급한 물품 과다 구매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자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건설·개발 사업들이다. 이들 사업은 예산 집행절차가 여러 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재정 조기 집행 지침을 따를 경우 아직 공사를 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미리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절차적 문제가 있을뿐더러 부실공사 우려도 크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상반기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예산을 소진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조기집행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연간 단위로 보면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전문기관의 분석도 나와 있다. 정부가 돈을 빨리 쓰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지자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고 불만 또한 크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예산 조기집행 정책이 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보완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