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히히 안녕 하세요. 나는 미꾸라지라 합니다. 혹간 나를 미꾸리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그 애들보다 몸길이가 더 길고요 통통하고 납작하답니다. 중요한건 세 쌍의 수염을 가진 엄연한 미꾸라지입니다.

나는요, 늪이나 논 혹은 농수로, 둠벙 등 진흙이 깔려있는 곳에 주로 살고 더러운 물이나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잘 견디며 살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진흙 속의 생물을 먹고 살지요. 나는 먹성이 좋아서 사람들을 여름 내내 괴롭히는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1천 마리나 먹어치울 수 있답니다. 모기의 천적이지요. 그래서 서울시의 일부 지역에선 하수구에 나를 풀어놓아 장구벌레를 없애기도 한답니다.

번식은 어떻게 하냐고요? 6∼7월 비가 내리는 날 은밀한 풀숲에서 암컷의 몸을 수컷이 둘둘 감아 산란을 돕고 풀에 알이 붙으면 수정을 시킨 답니다. 그러면 2∼3일이면 부화가 되고요 어릴 땐 잘 자라다 중간 크기쯤 자라면 많이 폐사되어 성충이 되는 것은 많지 않답니다. 좀 슬픈 이야기지요.

비를 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빗방울을 타고 올라가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논답니다. 그러다 비가 그치면 신작로에 떨어져 움푹 파인 웅덩이에 숨어있으면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잡아다 깡통에 담아 가지고 놀기도 한답니다.

함께 놀거나 단체생활에서 훼방을 놓고 어깃장을 놓는 사람을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놓는다고 하지요. 잘 빠져 도망 다니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도 하고요. 나쁜 건 제 탓입니다. 그래도 좋을 때도 있답니다. 벼락출세한 사람을 보고 미꾸라지 용 됐다고 하지요. 제가 용을 닮았다고도 하는데 닮긴 닮았나 봅니다.

환절기가 되면 나를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난답니다. 몸보신 한다고 추어탕 집으로 몰려들지요. 옛날엔 추어탕 집이 어디 있기나 했나요. 삽과 양동이 들고 논에 가서 진흙파고 잡아다 집에서 끓여 먹었지요. 요즘은 시절이 좋아 추어탕전문 식당에 가면 추어탕, 추어튀김 주문만 하면 다 해준답니다.

웃기는 얘기 하나 하고 갈게요. 미꾸라지 숙회인데요. 솥에 해감을 마친 미꾸라지와 두부를 넣고 열을 가하면 두부 속으로 내가 들어간대요. 그런데 세상에 그런 요리법은 없어요. 속지 마세요. 순두부 상태일 때 나를 넣고 굳혀서 모두부를 만든 것이랍니다.

간혹 나를 징그럽다고 먹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정말 내가 그렇게 징그럽나요. 미끈하고 귀엽고 예쁘기만 한데.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어요. 왜 웃어요. 사실인데요.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가 전성기라 합니다. 나는 희생이 무언지 알아요. 이 한몸 희생하여 누군가에게 건강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역할을 바꾸어 태어났으면 합니다. 아 어렵겠다. 나를 드시고 건강해져서 오래 사실 거니 나와 시기가 맞지 않겠네요. 맛있게 드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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