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올 중3인 아들의 목표는 피리 전공자이다. 초등학교 때 취미로 클라리넷을 배우기는 했지만, 청소년국악관현악단 활동을 하다가 진로를 결정했으니 피리 전공의 선택은 우연이었다. 아들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반은 부모의 선택이다. 몇 번인가 피리 연습이 어렵지 않으냐, 힘들거나 하기 싫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했지만, 아들의 결심은 단호했고 2년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다. 

공부에 적성이 없어 보이는 아들에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미리 걱정하게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학원에도 보내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전부터 다녔던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체험도 하고 악기도 배우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자녀가 다니는 곳으로 살림이 어렵거나 맞벌이하는 가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거나 스스로 사회적 계층을 만들기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견하게도 아들은 아무런 탈 없이 건강하고 명랑하게 자랐다. 

오늘 예고 진학을 위해 입시 시험을 치른다. 언제나 걱정 없이 해맑기만 하던 아들, 고입 진학을 위해 공부도 하고 피리 연습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일 정도였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족하다.

예고에 진학하고 피리 연주자가 된다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것도 아니다. 예전부터 오늘까지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의 길은 고되고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을 제외하면 예술로 떵떵거리며 살기는 어렵다. 돈 잘 버는 직업도 아니고 가는 길이 평탄치도 않은데 왜 우리는 그 길을 가고자 할까. 이렇게 심오한 질문을 아들과 공유한 적은 없지만, 언제가 아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시 쓰는 아버지와 노래하는 어머니, 그리고 피리 부는 아들이 사는 가족의 풍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을 놓고 편 가르기 하며 싸울 일이 아니다. 이것이 이슈가 되어 둘로 나뉘고 번갈아 가며 촛불을 들일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반드시 변해야 할 일이다. 조국이 하고자 했던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할 악습이 너무 많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다.

국악 판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일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대통령상은 연주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스승과의 관계 그리고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국악의 문제만은 아니다. 예체능계 입시 비리 문제를 떠나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는 수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아들이 피리 연주자가 될지 안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제 그 길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그 험난한 가시밭에 아들을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걱정이다. 예술이 소외당하고 인기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가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있고 이미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이들도 많다. 한 걸음 한 발짝 더 가 있는 우리가 후배들을 위해, 건강한 예술 판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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