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근 인터넷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담배나 술을 사주겠다는 어른들의 ‘대리구매’ 사이트가 인기라고 한다.

소셜 미디어에 ‘담배 구매’라고 검색을 해보면 술이나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는 글들이 잔뜩 올라와 있는데 이는 담배 구매가 금지돼 있는 청소년들을 대신해서 심부름 값을 받고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며 어른들이 올린 글이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잘못된 길을 가는 청소년들에게 훈계나 교육을 못할망정 탈법부추기는 것을 넘어 대신 해 주고 있는 사회현실을 보고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해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 조사에서 청소년이 직접 술·담배를 구매하는 비율은 낮아졌는데 이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술이나 담배이용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대리자를 통한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5명 중 1명꼴로 대리구매 경험이 있다는 조사다.

담배와 술 같은 유해 약물을 청소년에게 대신 사주는 건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어른으로써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어른 즉 성인(成人)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하며, 민법상 19세 이상의 성인을 가리킨다.

순수 한글인 ‘어른’의 어원을 찾아보면, 보통 결혼했다는 뜻의 ‘얼운’이라고 하지만, 더 깊은 의미의 어른의 어원은 ‘정신의 줏대’를 뜻하는 ‘얼’이라는 말이다.

즉, 어른이란 얼이 살아있는 사람이고, 얼이 살아있다는 것은 줏대 있는 정신을 가졌다는 뜻이 다. 이 말을 좀 길게 풀어보면, 자기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별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어른으로 이는 물리적인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른의 진짜 의미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 무엇을 말해야 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바로 어른들의 행동과 생각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몇 푼 안 되는 용돈벌기를 위해 우리의 자식들에게 결코 유용하지 않은 담배나 술을 대신 사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느 한 학자는 “어른들의 뒤통수에는 어린이들이 보고 따라 오라는 이정표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행실 하나하나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가를 간과하지 말아야 겠다.

대신 술이나 담배를 사주겠다고 했는데 찾아온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다면 몇 푼 안 되는 돈 벌이를 위해 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낯 뜨거울지.

어른들의 잘못으로 3포(연애, 결혼, 출산)니, 5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니, 7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꿈) 심지어는 N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꿈, 건강, 외모)의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어찌 감히 대리구매를 할 수 있겠는가. 넉넉한 여건을 물려주지 못할망정 악의 수렁에는 몰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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