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규명 최선” 학교측 태도 돌변
봉사단장과 담당직원 등 접촉 안돼
유가족 “믿었는데…진실 밝혀달라”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올해 초 대학교 해외봉사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건양대학교 2명의 학생들이 기억 속에서 너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타국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부모 품에 돌아 온 이들에 대해 그 어느 곳에서도 아무런 조치나 사과 없이 지나가고 있다.

2명의 건양대 학생들은 대학 봉사활동에 나서 원인도 명확하지 않은 심장마비와 폐렴 및 패혈쇼크로 인한 심정지로 목숨을 잃었다.

의료시설이 허술한 나라로 떠나는 봉사단에 체계적이고 명확한 시스템도 없었다. 열악한 현지사정으로 시신조차 약품에 찌들어 부검조차 소용없었다.

봉사단의 허술한 대처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소중한 자녀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오늘도 한순간도 편히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건양대 및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숨진 A양과 B양 등 학생 16명과 당시 공학교육혁신센터장 등 교수 2명, 전담직원 1명 등으로 구성된 건양대해외봉사단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떠났다.

도착 다음날 8일 오전부터 A양과 B양이 심각한 구토와 설사증세를 보여 병원에 가길 원했으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오후 2시께서야 제일종합병원에 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링거를 맞는 등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6시께 숙소에 돌아왔다. 이후 다음날까지 아무도 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돌보지 않았다.

9일 오전 7시께 다시 구토 증상이 심해지던 A학생은 병원에 갈 수 있는지 물었으나 두 학생은 또다시 오후까지 방치됐다. 오후 1시30분께 B양은 의식을 잃었고 A양도 겨우 대화만 할 수 있는 상태로 악화되자 급히 제일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 측은 상태가 심각하다며 이송을 권했다.

1시58분께 상태가 위중했던 B양이 응급차에 실려 현지 대형병원인 칼메트 병원으로 출발했으나 이송 중 목숨을 잃었다.

어쩐 일인지 A양은 함께 이송되지 않고 근처 라펠스병원으로 옮겨져 재차 검사를 받았다.

사고경위서 내용에는 “A양이 상태가 호전돼 여러 검사를 실시해본 결과 폐에 감염이 확인돼 항생체 투여 후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라펠스병원 진료기록에는 패혈증 진단과 함께 상태가 호전됐다는 말은 없었다.

입원실이 없으며 주간 진료만 하는 라펠스병원은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대형병원 이송을 권했다.

오후 7시5분께 로얄프놈펜병원에 도착 직후 A양은 심폐소생술을 수차례 받았으나 호흡곤란과 심정지가 반복되다 10일 오전 3시께 목숨을 잃었다.

두 학생이 죽어가는 동안 건양대는 학부모들에게 단 네 차례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시간 순으로 B양의 사망통보, A양을 로얄프놈펜병원으로 이송하기 전, A양 상태 악화로 응급수술동의, 그리고 A양 사망통보다.

사고 직후 건양대 총장과 학생처장 등이 현지를 찾아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책임과 위로대책, 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발표 후 유가족들과 만난 건양대 관계자는 협상제시안을 가져오라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 6월 21일 양측 대리인 만남에서 건양대는 “학칙 상 무엇도 해 줄 것이 없다”, “건양대 관계자와의 만남은 거절한다”고 못 박았다.

믿고 기다렸던 건양대에 뒤통수를 맞은 유가족들은 뒤늦게 당시 상황들을 알아보려했지만 곧장 한계에 부딪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대전서부경찰서의 자료는 모두 건양대에서 제공했고 어렵사리 찾아낸 현지진료기록들은 경찰 사망경위서와 내용이 달랐다. 또 현지에서 학생들이 사용한 휴대전화 유심칩 또한 건양대가 학부모가 원한다며 모두 수거해갔고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봉사단장이었던 공학교육혁신센터장과 담당직원 등 학교 측의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유가족을 제외한 모든 것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미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건양대 학생처장은 수차례 이어진 본보의 취재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중 홍보실을 통해 “사항에 대해 유가족과 협의 조율 중에 있으니 언론 접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 확인결과 학생처장이 말한 협의는 없었다.

유가족들은 “먼 타지에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사투를 벌인 아이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시신이 운구 되기까지 부패방지약품에 뒤덮여 냉동 창고 한쪽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눈물만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부모가 돼서 학교만 믿고 기다린 내 어리석음을 원망한다”며 “건양대학교는 그날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간곡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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