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왕실 장례문화 이해 새로운 전기 마련 기대
학계 보고된 적 없는 초대형 연접식 적석총도 첫 확인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서울시가 한성백제 왕실묘역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 후 분골과정을 거친 사람뼈와 다량의 토기, 장신구, 기와 등 유물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된 인골이 다량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관장 김기섭)은 이날 오후 서울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열고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송파구 가락로 7길 21에 위치한 서울 석촌동 고분군은 백제 왕릉급 고분군으로 알려졌다. 특히 3호분은 한 변 길이가 50m에 달하는 대형 적석총으로 백제 전성기를 이뤘던 근초고왕릉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74년 잠실 일대 개발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1980년대 인근 민가 철거로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지면서 1987년부터 ‘백제고분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 고분공원 내에는 적석총 5기와 흙무덤 1기 등 모두 6기가 복원·정비돼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2015년 10월부터 석촌동 1호분 북쪽지구 발굴조사를 해왔다. 이번 조사는 석촌동 1호분 북쪽지구에서 시작해 1호분 주변에 이르는 5천290㎡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번 발굴에서 여러개 적석묘(돌무지무덤)가 100m에 이르는 규모로 서로 이어져 있는 초대형 ‘연접식 적석총’이 처음 발굴됐다. 연결된 형태의 고분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형태라고 시는 설명했다.

초대형 연접식 적석총은 네모꼴 중소단위 적석묘(16기)와 이를 이어주는 연접부, 화장된 인골을 묻은 매장의례부(3개소)를 맞붙여 가며 무덤 규모를 확대시킨 특이한 형태다.

연접식 적석총은 1987년 마지막 복원·정비 당시 2개 쌍분(남분·북분) 형태로 복원됐던 1호분과도 이어져 있다. 1호분이 단독분이 아닌 연접식 적석총의 일부분일 수 있다.

연접식 적석총 일부인 3곳의 매장의례부(시신을 매장하고 상장례와 관련한 의례가 치러진 시설)에서는 잘게 부서진 사람뼈가 발굴됐다. 다량의 토기와 장신구, 기와 등 유물도 함께 발굴됐다. 분석 결과 이들은 모두 화장돼 분골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사람뼈는 제사 유물과 함께 고운 점토로 덮여 있었다.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단장인 정치영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 구역에서 3천점의 기와 파편이 나왔다. 기와들은 한성 백제시절에는 국가시설이나 왕궁, 사찰, 관청 등 국가시설만 쓸 수 있었다”며 “이곳에 기와가 들어있는 것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피장자의 장례에 쓰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출토 유물의 양상을 볼 때 석촌동 고분군이 초기백제의 왕실묘역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백제 한성기 왕실의 장례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왕실의 장례문화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번 현장설명회에 소개하는 발굴 성과는 지역 주민의 이해를 돕는 한편, 석촌동 고분군 복원 정비와 서울의 백제 왕도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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