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사람들은 누구나 인사가 만사라고 여긴다. 일이 잘 풀리거나 목표한 일을 이루었을 때 누구나 하는 말이 있다. 사람 하나 잘 뽑았더니 모든 게 잘 풀렸어! 부하 하나 잘못 써서 회사가 망하고 기업이 망하고 나라가 망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도대체 사람을 알아보는 그 인사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당(唐)나라 무렵에 관리를 선발하는 네 가지 표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였다.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외모를 뜻한다.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평가기준으로 얼마나 건강한가가 기준이었다. 잘나고 못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신분이 높고 재주가 뛰어나다고 해도 외모가 건강해야 채용되었다.

언(言)이란 사람의 말씨와 교양을 뜻한다. 그 하는 말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다. 아무리 뜻이 원대하고 계획이 치밀하다고 해도 그 하는 말에 조리가 없거나 분명하지 못하다면 뜻을 이룰 수 없다. 또한 배움이 없으면 말이 어지럽고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말은 배운 것의 표상인 것이다.

서(書)란 자신이 적는 필적, 즉 글씨를 뜻한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글씨가 힘차고 바르면 생각과 판단이 바르고 힘차다고 여겼다. 물론 글씨가 삐뚤빼뚤하면 마음이 불안하거나 안정되지 못하다고 여겼다. 말이 필요 없는 자리에서 글씨 한 자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판(判)이란 일을 추진해나가는 합리적인 판단력을 뜻한다. 판단력은 능력에 달려있다. 능력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연습했냐에 달렸다. 능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저것 많이 알거나 잡다한 상식이 많은 사람은 능력에서 항상 배제된다. 그건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분야에서 깊이를 가진 이가 능력이 있고 판단력이 높은 것이다.

이상의 네 가지 기본 조건을 따져 사람을 채용하고 이후에는 현명하고 덕이 있는가, 재능이 있고 능력이 있는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를 평가하여 진급시켰다.

강태공의 병법서 ‘육도’에는 인재 선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을 알아보는 8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는 관련된 질문을 하여 당사자가 상세한 지식을 알고 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둘째는 당사자를 궁지에 빠지게 하여 그 변화를 살피는 것입니다. 셋째는 당사자 주변 사람들에게 됨됨이를 물어 그 인간성을 살피는 것입니다. 넷째는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을 하여 당사자의 평소 생각을 살피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재물을 다루게 하여 공과 사를 구분하는지 살필 수 있습니다. 여섯째는 여색으로 시험하여 얼마나 유혹을 이기나 살필 수 있습니다. 일곱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당사자가 과연 용기 있게 행동하는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는 당사자에게 술을 권하여 그 태도가 어떠한 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이 8가지를 시험해보면 당사자가 소인배인지 군자인지 충분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팔징구징(八徵九徵)이란 8가지 9가지 조짐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하였다고 해도 고대의 교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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