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가수 설리(25·최진리)가 악성댓글 등에 수난을 견디지 못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이다. 설리는 지난 2005년 드라마 ‘서동요’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후 2009년에는 에프엑스 걸그룹 멤버로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펼쳤다. 가수와 연기자,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연예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인 그는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인정받으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특히 설리는 ‘당당한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여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당차고 멋진 여성연예인이었다. 그런 그녀의 자살 파동은 화려하고 당당했던 뒷모습 뒤에는 연예인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에는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활동을 재개한 설리는 모 방송국의 ‘악플의 밤’ 진행을 맡으며 악플에 시달리는 스타들과 풀어나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설리가 어렵게 방송을 다시 시작한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대중들이 많다. 물론 설리의 죽음이 악플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 악플로 스타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악플은 당사자에게 우울증을 초래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유명 연예인의 통해서 드러난 사실이기도 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1만5천926건으로 전년 대비 약 19.3%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 발생건수는 1만928건을 기록했다.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악플과 선플의 비율은 4대 1정도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이 선플들이 악플에 비해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악플을 찾아보기 힘들다 밝힌 김 교수의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인터넷 문화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도한 악플로 인해 희생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심정에 대해서 헤아리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무분별한 악플로 스타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상태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악플을 달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장난으로 힘들어 하는 제3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더 이상 익명성 뒤에 숨어서 벌어지는 인터넷 살인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악플을 인터넷문화에서 추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 모두가 필요하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그들이 숨어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원을 가려주는 익명성이 악플을 더욱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악플을 막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또한 대상 개인적인 소송이 아니라, 악플과 관련된 형법을 제정해 확실한 처벌이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어도 개인의 의식수준이 함양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다. 인터넷 예절, 네티켓을 잘 지키고 대상도 자신과 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역지사지의 정신을 지니고 그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면 더 깨끗한 인터넷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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