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해 11월 발령받아 공무원 입문 11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느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경청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화를 내며 찾아오는 민원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서 화를 내겠지만 막무가내인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민원인들을 진정시키는 첫 단계가 바로 경청이다.

몹시 화를 내며 들어온 민원인들이 사무실을 나갈 때는 들어올 때와는 반대로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라며 웃으며 나가는 모습을 보곤 한다.

화가 난 민원인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는 나와는 달리 자연스레 민원인을 진정시키는 다른 주무관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원인들의 화가 누그러진 이유가 자신의 민원이 100% 해결돼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을 해줬기 때문이다.

예부터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귀 기울여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소통과 관련한 많은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조신영의 ‘공감’이라는 책에 소개된 ‘경청’에 대한 한자어 풀이는 매우 인상적이다.

들을 청(聽) 자의 부수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귀 이(耳) 자 밑에 임금 왕(王) 자가, 오른쪽에는 열십(十) 아래에 눈 목(目) 자를 옆으로 눕혀놓고, 그 밑에 한 일(一) 자와 마음 심(心) 자가 차례로 놓여 있다. ‘열 개의 눈과 하나의 마음’이라는 부제에서처럼 듣는다는 것은 왕과 같은 귀, 즉 매우 커다란 귀를 갖고 집중해서 마음의 눈을 가지고 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경청은 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표현하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50∼80%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보내고 그 시간에 적어도 45%는 듣는 데 쓴다고 한다.

민원을 상대하는 공무원은 더 많은 시간을 듣는 데 쓸 것이다. 그만큼 듣는다는 것은 공무원의 삶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감을 사용해 민원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민원 해결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