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청주·괴산서 24회 홍명희 문학제 개최
단재·벽초의 우정 되짚어보며 역사적 의의 고찰
기조 강연·풍물굿패 공연·유적지 답사 등 마련

왼쪽부터 단재 신채호(1880~1936)와 벽초 홍명희(1888~1968) 생전 모습.
왼쪽부터 단재 신채호(1880~1936)와 벽초 홍명희(1888~1968) 생전 모습.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벽초 홍명희의 민족정신을 기리고 소설 ‘임꺽정’의 문학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홍명희 문학제가 올해 스물네 번째를 맞아 오는 26~27일 이틀간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시·괴산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사)충북작가회의, ㈜사계절출판사, 충북문화관이 주관하는 제24회 홍명희문학제는 올해 특별히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丹齋(단재)와 碧初(벽초), 그 붉고 푸른 정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단재 신채호와 벽초 홍명희는 모두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우리 근대 문학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이들의 만남은 몇 차례 되지 않았으나 그 교유의 정은 깊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둘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올해 홍명희 문학제는 단재와 벽초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첫째 날인 오는 26일에는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오후 3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역사학자 심용환소장(역사N연구소)과 홍명희 연구가 강영주 상명여대교수가 각각 ‘신채호와 홍명희, 이제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 가야만 할까’와 ‘벽혈단심(碧血丹心), 단재와 벽초의 우정’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역사학자 심용한 소장은 기조 강연에서 21세기를 맞아 우리 세대에서 신채호와 홍명희라는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하는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심 소장은 “문학 장르는 대단히 다양해졌고, 새로운 이슈가, 새로운 독자가, 새로운 읽기 방식이 문학판을 휘젓고 있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부터 역사학은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대중서, 그리고 소설책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장르성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역사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이루고 있다”며 “중요한 사실은 신채호에 대한 기억은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역사적 존재로서의 신채호와는 별 상관없다는 점이다. 신채호는 수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존경을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부분만이 자의적으로 활용될 뿐이어서 아주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옳지 못한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또 심 소장은 “신채호가 감당하고자 했던 여러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로 인해 새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상상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라며 “소설 ‘임꺽정’ 그리고 홍명희와 신채호, 그들의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혹은 그들의 ‘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잊혀지고 버려져 있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 관해 이미지로 해석하고, 자산을 활용하는 정도에서 관심이 그치고 만다. 그들이 소비되는 지점 혹은 방치된 지점의 상황을 명확히 인지해 그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지혜를 모을 때 의외로 중요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덧붙여 “홍명희와 신채호, 그리고 소설 ‘임꺽정’은 여전히 불멸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문학적인 재해석이 되건, 역사학적인 학문연구가 되건,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창출되건 중요한 사실은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새로운 노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단행해야 한다. 그것이 홍명희와 신채호 그리고 소설 ‘임꺽정’을 기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제24회 홍명희 문학제가 26~27일 이틀간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시·괴산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지난 문학제 기간 홍명희 생가 답사 모습.
제24회 홍명희 문학제가 26~27일 이틀간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시·괴산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지난 문학제 기간 홍명희 생가 답사 모습.

 

오랫동안 홍명희와 ‘임꺽정’을 연구해온 강영주 교수는 ‘벽혈단심(碧血丹心), 단재와 벽초의 우정’이라는 기조강연에서 두 거장의 짧은 만남이 오늘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다.

강 교수는 “단재와 벽초의 생애를 돌아보면, 두 분이 실제로 만나서 교유한 기간은 극히 짧았다. 1913~1914년 중국 상하이에서 몇 달 동안 동제사 활동을 함께할 때 가끔 만났고, 1918년 베이징 석등암에서 한 달 남짓 같이 생활하며 막역한 우정을 쌓았다. 그해 여름 벽초가 귀국한 이후 1936년 2월 단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분은 평생 다시 만나지 못했다”며 “하지만 멀리 있으면서도 서신을 통해 진심을 토로하며 서로 충고하고, 애환을 같이하며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다. 단재는 옥사하기 5년 전 뤼순감옥에 찾아온 국내 기자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지인들 중 유일하게 친우 벽초의 소식을 물었다. 벽초는 북에서 사망하기 2년 전 문학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벗’ 단재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그 사상과 문학을 고평했다”는 기록을 전해주었다.

처음으로 두 거장을 한자리에 소환한 이번 문학제에서 강 교수는 “단재는 생애의 후반을 타국에서 보낸 까닭에 그의 삶의 행적에 관한 자료는 벽초의 경우 보다 더 희귀하고 많은 부분이 과장된 풍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단재와 벽초의 관계를 말해주는 자료는 단재 사후에 발표된 추도문과 회고담, 남아 있는 몇 통의 서신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러한 자료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활용해 단재와 벽초의 짧은 만남과 각별한 우정, 그리고 이를 통해 엿보이는 두 분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조강연에 이어 풍물굿패 씨알누리와 소리꾼 조애란이 ‘단재와 벽초, 그 붉고 푸른 정신’이란 주제 공연을 한다.

둘째 날인 오는 27일에는 단재와 벽초 유적지를 답사한다.

오전 9시에 충북문화관을 출발하여 단재 신채호 선생 사당과 묘소, 단재기념관을 김하돈 시인(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의 안내로 답사하고, 이어서 괴산으로 옮겨 벽초 홍명희 생가와 문학비 등을 김순영 시인(충북작가회의)의 안내로 답사할 예정이다.

충북작가회의 정연승 회장은 “올해 홍명희문학제는 학계의 연구나 대중화를 위해 특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주길 바란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근대 문학의 선구자이자 두 거장의 독립운동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학답사 참가 신청 및 문의전화 ☏043-22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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