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사전적으로 복마전(伏魔殿)은 ‘마귀가 숨어 있는 집’으로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복마전이란 단어는 수호전 1편에 근거하고 있다. 북송의 인종은 나라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태위 홍신을 용호산에 있는 장진인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보냈다. 그곳에 도착한 홍신은 호기심에 복마지전에 들어가 장도릉 시조가 잡아서 가두어놓은 108마왕들을 풀어주게 된다. 이들은 후에 환생하여 양산박에 모여서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替天行道)’는 큰 깃발을 내걸고 민초의 애환을 위해서 싸움을 한다.

복마전과 유사한 것이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만든 최초의 여성이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하였으나 호기심 많은 판도라는 상자를 열어 본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 있던 온갖 악(惡)이 쏟아져 나왔으나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급히 닫는 바람에 희망은 나오지 못하였다. 이때부터 인류는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와 같은 온갖 악에 시달리고 있지만 희망만은 간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보면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복마전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작은 희망을 찾기 위해서 시민은 광화문과 서초동에 나와서 소리를 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가져온 것은 최순실의 입시부정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시작되었고,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는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딸에 준 인턴증명서가 허위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가속화되었다.  

복마전과 판도라 상자는 모두 잉태되어 숨겨진 악에서 시작하고, 그것이 열리므로 혼돈과 혼란 속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악은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것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다. 이를 행하는 악마는 사람의 마음을 홀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고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지금 판도라가 연 상자의 악은 모두 가진 자들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다. 전형적인 금수저의 행태를 보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검찰의 행태가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은 모두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유지하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잘못된 행태이다. 시민들이 이 판도라 상자를 열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정치인들은 언론을 매개로 악을 숨기고 사람들의 마음을 홀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판도라가 연 악은 정치권의 정권 연장과 정권 재집권의 논리에 의해 좌우 대립으로 변질되고, 언행이 불일치한 의혹의 장관임명 반대는 사법개혁의 명분으로 사라지고 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라 이름붙인 윤석열 총장은 사법 개혁의 장애물로 둔갑되고, 개혁의 대상인 여야 정치인이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그리고 선량한 시민을 서로를 악마라 부르게 하여 싸움을 부추기면서 남은 희망마져 빼앗아 가고자 한다.

그래서 지금 이 형국을 복마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