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20년간 변제 위한 노력 안해…죄질 불량”

[충청매일 조태현 기자] 고향 지인들에게 수억원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달아났던 래퍼 마이크로닷(26·신재호)의 부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단독 하성우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A(61·구속)씨에게 징역 3년을, 어머니 B(60)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다만, B씨는 형 확정 전까지 피해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조건을 달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A씨 부부의 사기 행각을 공동범행으로 규정한 하 판사는 “돈을 갚을 의사가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산보다 채무가 1억원 이상 초과한 상태에서도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돈을 더 빌리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고 일부 피해자는 이 스트레스 때문에 숨졌다”며 “지난 20년간 변제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일부 합의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하 판사는 “성실하게 (채무)계약을 이행하려는 객관적인 노력이 있을 때만 사기가 아니다”라면서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연대보증을 세우는데 악의나 고의가 없었다는 A씨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공판은 A씨 부부 사기 피해자들도 방청했다. 한 피해자는 선고가 내려진 직후 기자들에게 “A씨 부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여전히 분을 삯이지 못했다.

하 판사는 “친구, 이웃, 사료업자 등 다수를 기망해 돈을 빌리거나 연대보증을 세운 뒤 뉴질랜드로 달아나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이라며 “범행의 동기와 경위,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들의 책임이 매우 무거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1998년 이웃 주민 등 10여명에게서 4억여원을 가로챈 뒤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사기 피해액을 3억2천만원으로 봤으나 검찰의 보강 수사 과정에서 피해액이 늘었다. 검찰이 적용한 사기 피해액은 A씨가 3억5천만원, B씨가 약 4천만원이다.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 젖소농장을 운영하던 A씨 부부는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수억원을 대출받고, 또 다른 지인들에게 상당액의 돈을 빌린 뒤 1998년 종적을 감췄다.

A씨 부부가 뉴질랜드로 간 직후 피해자 10명이 고소한 데 이어 ‘빚투’ 논란이 벌어진 지난해 11~12월 4명이 추가 고소장을 냈다. 재판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10명이다.

인터폴 적색수배에도 귀국을 거부하고 뉴질랜드에 머물던 A씨 부부는 국내 변호인을 내세워 고소인 14명 중 8명과 합의한 뒤 지난 4월 8일 자진 귀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A씨 부부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A씨에 대한 영장만 청구하면서 B씨는 체포 시한(48시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A씨 부부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원금 등 총 2억1천만원을 변제하고 합의서를 제출했으나 일부 피해자들이 합의를 거부하면서 아직도 원금 1억6천여만원을 변제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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