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소나무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감염 1년 이내에 100% 죽고 마는 치명적인 병이다. 재선충을 방제할 수 있는 치료약마저 개발되지 못해 이대로 간다면 불과 몇 년 이내에 한반도의 소나무가 모조리 죽어 버릴 수도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산림에 번진 재선충 피해 규모는 40개 지역에 1만 7천ha나 된다. 그동안 경북과 경남 지역으로 확산돼 온 재선충은 급기야 충청권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나무를 괴롭히는 질병은 솔잎혹파리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솔잎혹파리에 더해 가공할 재선충까지 급속히 번져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우리 민족과 소나무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나 마찬가지다. 꿋꿋한 절개의 상징이기도 한 소나무는 선조들의 기개를 나타내는 표상이었으며, 나라를 잃고 독립을 위해 투쟁할 때도 소나무는 한민족의 민족혼을 드러내는 대표적 수종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만주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군의 활동 과정에서는 일본군들이 조선 소나무만 봐도 기가 죽을 정도로 우리민족과 등치되는 이미지를 가진 소나무인 것이다. 이러한 소나무가 최대 위기 상황에 처했는데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나 다름없다. 소나무가 다 죽어 가는데도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재선충 방제에 관해서는 산림청이나 소수의 관련기관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의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선충 운반체인 솔수염하늘소를 박멸하는 의학적 접근과 동시에 감염 예상지역의 소나무를 미리 예방벌목하는 등의 다양한 수단을 총체적으로 동원해야만 한다. 그저 대증요법과 같은 땜질처방으로는 재선충을 막지 못한다는 경험을 얻은 이상 중장기적 안목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재선충 박멸과 소나무 보호를 위한 국가 단위의 총동원령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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