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림녹화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식목일이다. 그런 식목일이 내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려는 정부 당국의 명분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오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 확대 시행으로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휴일수를 일부라도 축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자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식목일이 과거 전쟁의 참화로 헐벗은 산지를 복구하기 위해 제정된 시대의 산물로 지금은 숲이 무성해져 식목일의 취지가 반감됐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수 십 년 간 지켜져 온 전통적 기념일의 공휴일 존폐 여부가 몇 사람의 생각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숲은 정성스런 손길을 받은 만큼 우리에게 유용한 자원을 남겨 준다. 사람을 키우듯 숲을 가꿔 나가면 숲은 아름답고 쓸모 있는 자태로 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숲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근원이며 보금자리다. 그러나 숲다운 숲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세기에 걸친 사람의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제 겨우 숲 모습을 갖춘 대한민국 산림은 대부분인공조림으로 30년생 안팎의 청년기를 지나고 있다. 사람도 청년기에 가장 왕성한 성장을 하듯 나무 또한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한 생장을 한다. 지금의 육림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이유다. 한반도의 남한 땅 약 990만㏊ 중 600여만㏊에 이르는 산지가 병풍처럼 서 있지만 무성한 숲으로 보일 뿐, 진정한 줄기와 굵기를 가진 삼림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긴 세월이 필요하다. 우리의 선조들은 삼국시대부터 치산치수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다. 산과 숲은 경제적 이득을 줄 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게 만드는 장이 됐다. 또 사람다운 품성을 키워주는 정서적 가치도 품고 있다. 선조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이 점을 깊이 깨닫고 실천했다.

4월5일 식목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늘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 동시에 산림녹화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의 과신에 찬 착시 현상이 하루 빨리 없어지길 소망하고 있다. 식목일은 인간이 산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